울릉도 송곳산처럼 웅장산 기암과 청량폭의 멋(사진=김호선기자)
울릉도 송곳산처럼 웅장산 기암과 청량폭의 멋(사진=김호선기자)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는 소요산은 동두천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소요산에는 신라시대 고승 원효(617~686)대사와 설총의 어머니 요석공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산이다. 청량리역에서 연천역까지 운행하는 경원선이 있다. 경원선을 타고 소요산역에서 하차, 건널목을 건너면 소요산 입구다. 소요산은 접근성이 매우 좋은 산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산이다. 소요산 입구부터 자재암까지 이어지는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길이다. 가을이 더욱 아름다워 경기의 소금강 이라 부른다.

동두천 소요산역  전경(사진=김호선기자)
동두천 소요산역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요석공주는 신라 제29대 무열왕의 딸이다. 원효대사가 전국을 떠돌아 다니면서 ‘그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내게 빌려주겠는가? 나는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찍으리라’라는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고 한다. 어느 날 무열왕이 원효의 노래를 듣고 이 스님이 귀한 아들을 낳고자 하는구나. 무열왕은 요석공주와 짝을 지어준 후 대 유학자 설총을 낳았다는 설화의 이야기가 있다. 원효는 요석공주와 결혼하여 설총을 낳은 후 파계승이 되었다고 한다. 원효는 전국을 떠돌다가 소요산에 머물면서 다시 수행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이때 요석공주는 원효대사를 찾아 소요산에서 매일 기도를 올렸다는 봉우리가 공주봉이다.

소요산 들머리로 주차장 입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소요산 들머리로 주차장 입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소요산은 경기의 명산으로 산세가 그리 높지도 넓지도 않지만, 산수가 수려하고 아름다운 산이다. 1981년 소요산은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매년 10월 소요산에서는 아름다운 단풍을 배경으로 소요산 단풍제가 열리고 있다. 주차장에서 소요산으로 들어서는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은 울창한 숲으로 하늘을 볼 수 없는 계곡이다. 계곡에는 탐방객들이 물속에 발을 담그고 망중한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음식점과 상가들이 즐비하지만 잘 정비된 상가와 계곡의 모습이다. 독립유공자 28인의 추모비도 계곡에 서 있다.

소요산 주차장에서 자재암으로 오르는 아름다운 터널길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소요산 주차장에서 자재암으로 오르는 아름다운 터널길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단풍 터널길을 20여 분 걷다 보면 소요산 자재암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을 지나 단풍 터널길에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물맛은 매우 시원하여 갈증을 식혀준다. 약수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요란한 폭음의 물소리가 들린다. 하얀 물거품을 시원하게 내뿜으며 떨어지는 원효폭포(10m)다. 원효폭포의 낙숫물 소리는 굉음을 내면서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원효폭포 앞에는 원효굴이 있다. 원효굴에는 예를 올릴 수 있는 삼존불과 향, 초 등이 진열되어 있다. 잠시 묵례를 올리면서 오늘 답사길이 무탈하길 기원한다.

자재암 108계단으로 오르기 전 길목에 있는 원효폭와 원효굴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자재암 108계단으로 오르기 전 길목에 있는 원효폭와 원효굴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원효굴에서 속리교를 건너면 데크로 조성된 계단이 있다. 일명 자재암으로 갈 수 있는 108계단이다. 계단에는 10여 단위로 계단 개수를 숫자로 적어 놓았다. 재미있는 길이다. 108계단에 올라서면 금강문이 나타난다. 녹음이 짙은 주변 경관을 살필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자재암이 절벽 밑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커다란 폭포 소리가 들린다. 금강문을 통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수많은 불경이 걸려있다. 걸려있는 불경 등을 하나하나 읽어보는데 일상에서 있을 수 있고 실천하여야 할 주옥같은 법어의 글이다.

자재암으로 가는 데크길과 금강문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자재암으로 가는 데크길과 금강문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사리탑과 백운암을 지나면 자재암이 있다. 자재암은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작은 암자로 산비탈에 있다. 자재암 앞에는 커다란 삼각형의 기암이 불쑥 솟아있다. 위엄이 있어 보이는 바위다. 마치 울릉도 송곳산 같은 분위기다. 커다란 기암 밑에는 원효샘 석간수와 석굴 나한전이 있다. 원효샘물을 받아 마시는데 참으로 감질나게 물맛이 좋은 약수다. 원효대사는 원효샘의 물로 차를 달여 마셨다고 한다. 1천 3백 년 전 이곳에서 수행하면서 마셨던 이 석간수는 전국에서 손꼽는 명수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신라부터 조선 중기까지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금강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소요산 주변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금강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소요산 주변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나한전 밑에는 청량폭포(15m)가 있는데 폭포 낙수물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다. 폭포수는 요란스럽게 소리를 내면서 계곡으로 떨어진다. 경내에는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드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다. 안전망에는 많은 소원을 비는 소지들이 걸려있다. 고즈넉한 자재암은 대웅전과 산신각이 전부다. 자재암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자재 무해의 수행을 쌓았다는 뜻으로 자재암이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잠시 경내를 관람하고 쉼터에서 맛있는 물맛으로 담은 식혜와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원효샘의 물맛을 느끼게 한다.

석굴 나한전과 물맛 좋다는 석간수 원효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석굴 나한전과 물맛 좋다는 석간수 원효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경내에 이러한 글이 새겨져 있다. ‘아무리 비바람이 때린다고 할지라도 반석은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어진 사람은 뜻이 굳세어 비방과 칭찬에도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글을 읽어본 후 하산이다. 하산길에 다시 한번 단풍나무 터널길을 쉬엄쉬엄 걷는다. 소요산 계곡을 흐르는 물길이 언제나 마르지 않고 이렇게 흐르냐는 물음에 한 주민은 늘 이렇게 흐른다는 답이다. 소요산 주차장 입구에 서 있는 이태조가 다녀갔다는 작은 비가 서 있다. 주차장 입구에 조성된 먹자골목에서 늦은 식사다. 값싸고 맛깔스러운 식당들이 즐비한 골목이다.

동두천을 흐르는 신천의 소요교에서 바라보는 마대산 전경(사진=김호선기자)
동두천을 흐르는 신천의 소요교에서 바라보는 마대산 전경(사진=김호선기자)

경원선 소요산역으로 진입하는 철로 밑을 지나가면 소요교가 있다. 다리 밑으로 장엄하게 흐르는 신천이 있다. 신천은 양주 호명산(423m)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지방 하천으로 동두천을 가로 질러 흐른다. 호명산 정상에는 신비스럽게 보이는 호명호수가 있다. 양수발전을 위한 호수다. 신천은 한탄강 지류로 전곡 한탄강으로 유입된다. 동두천의 또 하나의 산 마차산(587m)이 보인다. 신천교에서 동안교-안흥교-상패교를 지나 보산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일정의 답사다.

물빛이 옥빛을 띄는 신천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물빛이 옥빛을 띄는 신천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신천변에는 자전거길과 보행자 길이 조성되어 있다. 가로수가 많지 않아 그늘은 없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하천(폭 약 200m)을 따라 양주시 방향으로 걷는다.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동해안의 물 부족으로 걱정인데 이 많은 물길은 유유히 흐른다. 하천에는 외가리 등 수많은 철새가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걷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다. 하천길을 걷는 동안 소요산이 따라온다. 동두천 어디에서도 아름다운 소요산을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동두천의 명산이라고 부른다.

신천은 철새들의 놀이터로 많은 다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신천은 철새들의 놀이터로 많은 다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동두천의 명산 소요산 등산코스는 자재암에서 하백운대(440)-중백운대(510)-상백운대(560)-나한대(571)-의상대(정상587)-공주봉(526m)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이어지는 연봉이다. 신천을 따라 걷는데 시원하다. 하지만 뜨거운 날씨로 인해 구슬 같은 땀이 흥건하게 흐른다. 걷는 길은 자유고 평화다. 걷는 동안은 아무런 생각 없이 걷는다. 자재암 가는 길에 보았던 ‘눈을 조심하여 남의 잘못을 보지 말고 맑고 아름다운 것만을 보라’는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다. 결국 걷는 것은 심신이 성숙하는 길이다.

동두천 소요산과 신천 답사의 종착역 보산역사 전경(사진=김호선기자)
동두천 소요산과 신천 답사의 종착역 보산역사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신천에 놓여 있는 다리들은 모두가 굵직굵직하다. 안흥교에 도착하니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여울 가장자리엔 징검다리가 있고 큰비 오면 지친 사연 나룻배에 실었던 순한 안흥리 사람들 건널 때마다 흔들려 가슴 졸이던 아리랑 다리가 있었지요. 한때 수마의 잔상이 머물고 고단한 세월이 굽이굽이 흐르던 곳 이젠 잔물결에 일렁거리는 추억입니다. 햇살 좋은 어느 봄날 아 누구의 선물인가요 동쪽으로 소요산 서쪽으로 마차산이 천지간 사철 병풍으로 마주 보며 신천가 물새들 무리 지어 풍경이 좋아 시간처럼 밀려가는 강물에 서서 간절한 왕래 터준 자랑스런 안흥교 동두천의 눈부신 새벽을 여는 힘차게 솟아오른 대망의 표상입니다.라는 글을 읽는데 그 시절 풍경이 그려진다.

동두천 신천천변의 조성된 자전거와 보행자 길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동두천 신천천변의 조성된 자전거와 보행자 길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안흥교 앞에 웅장한 모습의 신흥중고등학교가 있다. 신천을 따라 걷다가 상패교를 넘어 보산역까지 걷는다. 상패교 앞에는 3.1운동 발상지라는 팻말과 동두천 미군기지가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철로 길 아랫길을 걷는데 여기는 다른 세상이다. 모든 간판이 영문이다. 한미우호의 광장으로 며칠 전 한미우호의 행사가 열렸던 광장이다. 매우 이색적인 거리로 잘 보전된 관광지다. 2018년 캠프보산 거리예술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보산동 일대에는 4년간 한국, 태국, 러시아,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 18명의 작가가 만든 미술 거리라고 한다.

경기도의 소금강 소요산 안내도(사진=김호선기자)
경기도의 소금강 소요산 안내도(사진=김호선기자)

동두천 보산역에서 열차의 승차하여 몸을 기대며 소요산과 신천 답사를 정리한다. 소요산 자주 왔던 곳이지만 아름답게 재 정비된 국가공원이다. 특히 가을 단풍 모습이 아름다운 산이며 여름에는 계곡의 흐르는 물에 두 발을 담그고 쉼을 갖을 수 있는 계곡으로 변했다. 매년 가을에는 동두천 왕방산(737m)에서 열리는 MTB 대회가 호기심을 발동하게 한다. 왕방산에는 탑동 계곡과 왕방계곡, 치유의 숲이 아름답다고 한다. 미지의 땅을 밟은 멋은 걸어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경이로운 길들이 도반들을 반기고 건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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