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을, 11월이 되면 수도권에서 이곳 그림 같은 풍광을 보기 위해 행락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 단풍 명소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상아탑의 대학 캠퍼스다. 학교 입구부터 노란 은행나무와 온갖 단풍나무의 붉은 물결이 일렁인다. 도로가 춤을 추는 대학로다. 가을에는 교정의 학생수보다 일반인들이 더 많은 캠퍼스라고 소문난 대학 교정이다. 11월 초 아름다운 대학 컴퍼스 단풍길을 찾아 수도권 전철 경강선 경기광주역을 찾았다. 광주역이 명수당까지 가는 들머리다.
이 대학 캠퍼스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 있는 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다. 학교 역사는 186년에 문을 열어 40년이 된 대학 캠퍼스다. 이 글로벌 캠퍼스는 바리봉(511m)과 노고봉(579m), 정광산(562m) 등이 병풍처럼 안고 있다. 그야말로 좌청룡 우백호처럼 아름다운 산세가 포근하게 안고 있는 캠퍼스다. 글로벌 캠퍼스에서 단풍의 절정은 입구에서 20여분 걸어가면 도착하는 명수당이다. 작은 호수를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 등 각종 나무가 그림처럼 지켜보고 있다. 마치 유럽에 왔음을 착각하게 하는 호수다.
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를 가기 위해서는 자가용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하지만 이번 답사는 용인과 광주를 흐르는 경안천을 따라 걷는 답사다. 경강선 광주역을 출발하여 경안천 길을 따라 광주 오포읍과 용인 모협읍까지 가을을 만끽하며 답사하는 길(약 10km)이다. 평화롭게 흐르는 물길을 따라 쉬엄쉬엄 걷는 길이다. 경안천에는 온갖 수생식물이 가을을 맞아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갈대와 함께 갈색의 물결이다. 경안천은 이미 깊은 만추의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경기 광주역에서 경안천으로 내려가면 경안천 건너 광주공설운동장이 보인다, 하천을 따라 오른쪽 용인을 향해 걷는다. 가을을 맞은 하천에는 여전히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 수변산책로는 완벽하게 조성되어 불편함이 없다. 경안천의 경안대교에 수많은 차량이 성남시와 이천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자전거생태공원과 각종 운동장이 조성된 운동장을 지난다. 멀지 않는 곳에 양벌대교가 보인다. 경안천은 답사는 마지막 구간이다.
양벌대교에서 오포읍의 오포대교까지는 멀지 않다. 오포 종합운동장 부근을 걷는다. 오포읍은 생각보다 큰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하얀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하천에는 각종 철새가 부지런히 먹이 사냥을 하는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오포대교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숨으로 고르고 여장을 정비한다. 에너지도 보충한다. 지나가는 큰 반려견이 으르렁댄다. 주인장은 개 목줄을 당긴다. 서로 마주 보고 웃는 날이다. 그 순간도 즐거운 시간이다. 걷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감이다.
경안천 작은 물막이에 도착했다. 작은 하천이 경안천으로 유입되는데 많은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이 보인다. 광주시와 용인시 경계 하천이다. 지금부터는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이다. 경안천은 팔당댐을 향해 유유히 흐른다. 하천변 관리 형태가 좀 다르다는 생각이다. 같은 강이나 하천을 걷다 보면 관리지역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다는 느낌이다. 즉 재정자립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경안천 발원지 24km 용인 경안천 종점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용인시 둘레길이다.
경안천은 용인시 호동에서 발원하여 용인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이다. 금학천과 합류하고 모현읍에서 능원천과 합류한다.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에서 곤지암천과 합류하여 팔당호로 유입된다. 외가리와 두루미, 가마구지 등이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경안천교를 지나 외국어대 사거리에 도착했다. 다리 입구에 청경채 모현의 선물이라는 탑이 이채롭다. 사거리에서 왼쪽이 외국어대로 가는 길이다. 경안천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 차도에 울긋불긋 단풍나무가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외국어대로 들어가는 입구에 관청교라는 다리가 있다. 대학로 직선길에는 많은 상가들이 형성되어 있다. 복잡한 거리에 차량과 인파가 붐빈다. 10여 분 걷다 보니 대학 교문이다. 도로를 따라 양 길에는 노랑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나무의 단풍이 아름답다. 특히 해 질 무렵 은행나무는 더 아름답다 한다. 학생수보다 성인들 모습이 더 많아 보인다.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수도권의 많은 사람이 찾은 캠퍼스다. 노랑 물결에 밀려 바쁘게 걷는다. 글로벌 캠퍼스의 상징처럼 보이는 '정심대도正心大道'라는 큰 비가 서 있다. 해 질 무렵 은행나무의 색상은 더 아름답다고 한다.
캠퍼스 교정은 약간 경사진 곳곳에 보인다. 오르막 길을 따라 걷는다. 도로 양 옆으로 각종 캠퍼스가 숲속에 서 있다. 조용하고 주변 환경이 좋은 캠퍼스 모습이다. 은행나무길은 계속 이어진다. 어떤 캠퍼스 건물은 외국의 여느 대학처럼 보이는 유럽풍의 건물 모습이다. 곳곳에 한글보다는 각종 외국 언어들로 새겨진 비들이 서 있다. 외국어대학교에 걸맞은 모습이다. 사람들은 계속 길을 따라 위로 오른다. 글로벌 캠퍼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명수당이 있기 때문이다. 명수당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호수는 작지만 메타세쿼이아 등 울창한 숲에 숨어있는 앙증맞은 호수다.
노천극장 위에 있는 명수당을 가리키는 비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다. 호수를 등지고 사진 찍기에 바쁜 모습들이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깊어 가는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 그늘이 호수에 비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찾은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 숲에 들어가는 빼곡한 나무의 숲길이 더욱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따사로운 햇살에 푸른 잔디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다. 각종 시詩가 적어 놓은 비들이 서 있다.
용인 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는 '진리, 평화, 창조'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저기 이 세 단어가 새겨져 있다.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편이 더 명예로울까 잔인한 문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으며 견디는 걸까 아니면 밀려오는 고난에 맞서 싸우다가 쓰러지는 걸까 그것이 문제로다.(햄릿 3막 1장)’이라는 글을 오랜 만에 읽어 보는데 어릴적 기억이 떠 오른다. 숲에 둘러 싸인 조용한 호수와 맑은 물은 그야말로 명경지수다.
아름다운 은행나무와 평화로운 호수가 황홀경이다. 캠퍼스에 알렉산도르 세르게이비치의 들에 핀 마지막 꽃은 화려한 첫 꽃보다 귀엽다 그것은 슬픈 생각을 우리 가슴에 더욱 생생하게 일깨워 준다. 이처럼 이별의 시간도 달콤한 만남보다 더욱 생생할 때가 있다. 외국어대 캠퍼스에서 정말 오랜만에 접해보는 시다. 잠시 눈과 뇌가 호강한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나의 작품은 물과 같고 위대한 대가들의 작품은 포도주와 같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을 마시는 법이다. 마아크 트웨인의 글도 새겨져 있다.
하얀 대학 캠퍼스 건물이 명수당에 그림을 그린다. 호수 물 위에 비치는 명수당 모습이 더 아름다운 모습이다. ‘잘살아라 누이야 가난한 집안의 셋째로 태어나 어릿광대 막내에게 밥 한술까지 빼앗기던 착하게만 살아온 스물 넷 누이야 잘살아라 잘살아라(중략) 누이야 니 비록 구석진 산골 탄촌으로 가지만 우리가 놀던 고향 산마루 칡꽃을 기억하지 칡꽃으로 그렇게 성기게 감고 뿌리 박혀 억세게 살아라 누이야 착하게만 살아온 스물 넷 칡꽃 같은 누이야’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시비가 있다. 만추의 감성을 더욱 느끼게 하는 시비다.
캠퍼스 맨 위에 있는 고풍스러운 캠퍼스를 둘러본 후 용인시가 자랑하는 태교의 숲길과 임도길 들머리를 찾았다. 노고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길 들머리도 살펴본다. 캠퍼스를 통한 걸어보고 싶은 숲길이다. 이 등산로 길은 모두 4개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어느 계절에 찾아 와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2시간이면 충분한 산책로다. 모든 길의 마지막은 용인자연휴양림이다. 낭만의 대학 캠퍼스와 걷기 좋은 숲길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운이고 힐링이다.
명수당은 상아탑의 추억과 낭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동체의 공간이다. 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답사를 마치면서 이렇게 환경이 좋은 곳에서 학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부럽다. 각 단과별 게시판에 어학연수, 경영학 공부 등 외국대학과 교류프로그램이 소개하고 모집 중이다. 외국어대의 특색이고 특별한 기회다. 다른 대학에서 경험하지 못한 외국어대 상아탑의 추억과 기억이 있을 것 같다. 삶의 일터에서 지친 심신을 힐링하고 싶다면 명수당을 찾아 올 것을 적극 추천한다. 아름다운 가을날 고즈넉한 정취와 운치가 있는 이국적인 낭만의 캠퍼스다. 명수당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호수며 소풍 같은 인생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명소다.
- 비단강 금강과 구절초의 영평사... 세종시 이음다리와 금강둘레길 답사
- 자연과 역사, 문화가 있는 곤지암... 곤지암역-광주역 곤지암천 걷기
- 숲에서 놀고, 먹고, 숲에서 자자!... 멋드러진 풍경 '동두천 자연휴양림'
- 찬란한 역사와 문화의 고장... 수천년 세계유산을 품은 '고창'
- 가을, 걷기좋은 한탄강벼룻길... 화산이 만든 신비스런 주상절리
- 큰 도시를 흐르는 생명이 돌라온 하천...이매역-잠실역까지 '탄천' 답사
- 큰 달을 닮은 국가지질 대월습곡... 고슴도치 섬 '위도'
- 한국인이 꼭 가바야 할 민족성지... 필사즉생 필생즉사 '현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