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김치
강옥매
김장하고 남은 갓 한 단
소금에 절였다
밑동을 싹둑 잘라 버리고 왕소금을 뿌려
한나절 이상 기다렸는데 숨이 죽지 않는다
풀 먹인 두루마기 같다
무엇에 대항하는 걸까
저 고집,
꺾기를 포기하고 버무려 담가버렸다
편식으로 고집이 센 한 남자
절대로 남의 말 들을 줄 모른다
몸에 좋다는 온갖 설명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 성질 억새풀처럼 더 칼칼해진다
이웃집 남자 남은 세월 다 살지 못하고
불현듯 떠나고 손아래 동서 세상 떠나자
언젠가부터 땅에서도 노 젖는 법 알아
그 남자 겨우 숨을 죽였다
한 보름 지나 꺼내본 갓김치
온순한 모습으로 아삭아삭 맛을 내고 있다
시인 강옥매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2015년《시에》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석사과정을 수학했으며, 양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동인 모임 《시촌》에서 활동하며, 시집 『무지개는 색을 어디에 놓고 사라질까』를 출간했다.
오세연 전문기자
syoh030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