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 이정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대학교에서 한국과 중동의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 비전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취임 이후 첫 해외 대학 연설로 한·이집트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을 하나의 미래로 이어야 한다”며 양국이 공유해온 역사적 경험과 평화의 가치를 강조했다.
두 나라가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오랜 세월 외세의 각축을 겪었지만 고통을 견디며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 온 점을 공통의 유산으로 꺼내들었다.
그는 “1919년 한국의 3·1 독립운동과 이집트의 독립운동이 같은 해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양국 시민이 자유와 평등의 정신으로 이미 서로 연결돼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토대로 ‘샤인’이라는 조어를 소개했다.
SHINE은 안정·조화·혁신·네트워크·교육을 뜻하며 한국과 중동의 협력 방향을 아우르는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간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단계적 교류와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실용적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알시시 대통령도 이러한 방향에 확고한 지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동 평화에 기여해온 활동도 언급한 그는 가자사태 지원을 위해 이집트 적신월사에 1천만 달러를 추가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초고속 압축 성장은 중동의 에너지와 건설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할 차례”라고 했다.
기존 에너지·건설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공지능, 수소 등 미래 산업으로 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한·이집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통해 자유무역의 제도적 기반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설의 후반부에서는 사람과 문화의 교류가 양국 관계를 가장 단단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한국형 직업교육 모델을 예로 들며 대학 간 교류 확대, ICT 장학 지원, 유학 프로그램 확충 등을 약속했다.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협력을 제안하며 문화 교류의 확장 가능성도 짚었다.
그는 “한국의 K-컬처와 중동 문화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수록 양 국민은 더 가까운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여러분의 꿈이 두 나라의 미래”라며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을 잇는 주역은 바로 여러분”이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연설은 “슈크란 가질란(감사합니다)”이라는 아랍어 인사로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