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로 향하는 서해누리호에서 바라보는 후망산과 풍도 전경(사진=김호선기자)
풍도로 향하는 서해누리호에서 바라보는 후망산과 풍도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절기상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가 지났지만 폭염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풍도행 서해누리호(8:30)에 몸을 실었다. 풍도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에 속한 섬이다. ‘인천 i 바다패스’를 적용받을 수 없는 섬이다. 서해누리호는 인천대교를 지나 팔미도와 송도 앞바다를 지나 1시간 후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 도착했다. 여객선은 방아다리선착장에서 잠시 멈춘 후 또다시 대부도 구봉도 앞을 지나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에 있는 웅장한 영흥대교 밑을 지난다. 지금까지 내항을 운항했다면 여기서부터는 넓은 바다를 운항한다.

인천의 관문 웅장한 인천대교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인천의 관문 웅장한 인천대교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풍도는 크지 않는 한적한 섬이다. 최근 당일 여행이 가능한 섬이다. 아름답고 감동을 느끼게 하는 섬 풍도, 영흥대교에서 풍도까지 약 24km라고 한다. 풍도는 야생화의 천국이라고 한다. 서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1894년 7월에 벌어진 청일전쟁(일본승리)의 풍도해전이 일어난 역사적인 섬이다. 섬 이름만 들으면 바람(風)이 많거나 무엇이든지 풍요로운(豊) 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풍도라는 이름 유래는 후망산에 단풍나무가 많아 단풍나무 풍楓 자를 사용한 풍도楓島라고 한다.

서해누리호 선상에서 바라보는 시화방조제의 시화나래휴게소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서해누리호 선상에서 바라보는 시화방조제의 시화나래휴게소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서해의 꽃섬 풍도는 야생화의 보물섬이다. 매년 새봄이 찾아오는 3~4월에는 앙증맞은 각종 야생화를 보기 위해 찾아드는 탐방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섬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46km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여객선은 풍도에서 관광객과 차량이 하선하면 바다 건너에 있는 육도(6개의 섬)로 이동한다. 여름이 되면 풍도에는 캠핑객이 즐겨 찾는 섬이라고 한다. 서해누리호는 소형 여객선(정원 약 60여명)이다. 풍도의 작은 선착장 주변으로 마을이 옹기종기 형성되어 있다.

서해누리호 중간 정착지 대부도 방아디리 선착장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서해누리호 중간 정착지 대부도 방아디리 선착장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봄철 야생화가 피기 시작하면 풍도로 입도하는 여객선 루트가 또 하나 더 있다. 충청남도 서산시 삼길포항에서 일반유람선을 이용한 뱃길이다. 삼길포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이용할 경우 거리와 경비 등을 계산하여 인천이나 서산 삼길포에서 풍도로 들어가면 된다. 삼길포항에서 풍도까지는 당진 난지도를 지나 40여분 소요되는 거리다. 야생화가 피는 봄철에 풍도를 찾을 경우 평소에 받지 않는 입도비 5,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봄철 야생화와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받는다는 설명이다.

아름다운 대부도 둘레길 구봉도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아름다운 대부도 둘레길 구봉도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풍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풍도에는 지하수가 풍부한 섬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야생화의 천국처럼 봄이 되면 개별꽃과 꿩의 바람꽃, 노루귀꽃과 메꽃. 복수초와 양지꽃, 풍도바람꽃과 현호색, 천남성꽃과 풍도대국 등이 만발한다는 꽃 사진이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처음 들어본 야생화들이 많이 보인다. 풍도에는 다른 섬처럼 선착장에 있어야 할 상징탑도 안내도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 찾는 관광객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선착장 모습이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리본도 보이지 않는다.

선재도와 영흥도를 연결하는 영흥대교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선재도와 영흥도를 연결하는 영흥대교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풍도 당일 답사는 3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오후에 들어오는 여객선으로 나가야 한다. 그 시간 안에 풍도의 모든 것들을 보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순환산해마루 후망산(175m)과 해안 둘레길 등을 걷는 일정이다. 먼저 한전 쪽으로 걷는다. 후망산 정상을 향해 경사진 시멘트 길을 오른다. 이 구간은 군부대로 가는 길이다. 20여 분 경사진 도로를 오르는데 매미 등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가 합창을 한다. 불볕 같은 태양열은 한적하고 조용한 산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숲이 울창한 정상에 올라 잠시 물을 마시는 등 휴식을 취한다. 울창한 숲은 활엽수가 대부분이고 많은 단풍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서해누리호에서 바라보는 영흥도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서해누리호에서 바라보는 영흥도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풍도는 후망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정상 고개에서 붉배바위 쪽으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다. 처음으로 길 안내 리본을 찾은 것이다. 온갖 잡초가 무성하여 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길을 없어진 것이다. 길을 덮고 있는 온갖 풀들을 제치고 길을 만들어 이동한다. 스틱을 장검 삼아 길을 만들어 간다. 하늘을 쳐다볼 수 없는 울창한 숲길이다. 바위가 없는 전형적인 흙산이다. 뱀 등이 출몰할까 걱정이 된다. 소리도 질러보고 혼자 다니면서 되새기는 구호도 외쳐보기도 한다. 곳곳에 여름 야생화가 피어 있다. 20여분 풀과의 전쟁을 치른 후 앞에 바다가 보인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서해 아름다운 낙조를 보면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소(사진=김호선기자)
서해 아름다운 낙조를 보면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소(사진=김호선기자)

바다에는 실 안개가 운치있게 펼쳐져 있어 더욱 아름답다. 바다 내음과 함께 시원하다. 주황색을 띤 바위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붉은(북배) 바위라 한다. 완전한 풍도 전망대다. 붉은 바위 곳곳에 검은 점들이 있는데 움직인다. 흑염소 때가 바위 절벽에 노닐고 있는 모습이다. 절벽은 염소들의 최적의 놀이터다. 아름다운 기암 사이로 푸른 잔디가 보인다.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캠핑장소라고 한다. 저녁이면 태양이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가 일품이라고 한다. 건너편에 작은 등대가 보인다. 쉼을 가지면서 풍도와 야생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붉배바위 앞에 서있는 작은 등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붉배바위 앞에 서있는 작은 등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붉배바위에서 휴식을 취한 후 풍도마을 향해 해안길로 걷는다.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산자락에는 바위를 채굴한 흉물스러운 채석장이다. 개발과 환경 보전의 갈등 현장이다. 여기저기에 염소 때가 보인다. 석연치 않은 마음으로 해안길을 걷는데 염소와 염소하우스가 있다. 어떤 염소들은 지붕위로 올라가 있다. 어떻게 올라갔을까? 매우 궁금해진다. 해안길을 돌아서니 해변에는 풍도 체험마을이 있다. 마을 앞에는 자갈밭 몽돌 해안이다. 파도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바다 건너 수평선 위에 섬들이 보인다. 승봉도와 이작도 군도다.

해변에 낮지만 웅장한 붉은 바위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해변에 낮지만 웅장한 붉은 바위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흑염소 때다. 염소 요리는 하지 않고 판매만 하고 있다고 한다. 염소 방목지를 지나 풍도항을 향해 걷는다. 해안 둑길에 어떤 작가와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로 풍도의 역사와 애환과 문화 등을 시들로 즐비하게 쓰여져 있다. 하나씩 살펴보는데 정감이 가는 글들이다. 어떤 글은 멀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가 주옥처럼 빛바랜 글로 새겨져 있다. 글들을 읽다보니 가슴이 뭉클한 글도 있다. 옛날을 생각하게 하는 공감이 가는 글이다. 글을 하나씩 정리하여 보면 풍도는 10,000년전에 생긴 섬이며 분홍 진달래가 온 천지에 피었다는 섬이다.

아름다운 섬 풍도의 흉물스러운 채석장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아름다운 섬 풍도의 흉물스러운 채석장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풍도에는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고 한다. 많은 주민들의 글 내용을 이해할 수 없지만 샐록샐록 당겨온다. 붉배 딴목 상을 두고 올라오는 저 배는 그니그니 쌍이 그니 뱅이뱅이 열 두뱅이 배 올라오네 마을로 들어오네 하는 풍도의 민요라는 시도 적어 있다. 전쟁에 부모를 다 잃고 9살에 민며느리로 시집와서 바다 보며 눈물을 흘렀다는 한 할머니의 슬픈 이야기를 풍도가 안고 있다. 풍도의 역사와 생태, 문화를 느낄 수 있게 시각화 되어 있는 해변길이다.

풍도의 주인장처럼 방목의 흑염소때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풍도의 주인장처럼 방목의 흑염소때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섣달 그믐과 정월 상달에는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 선창에는 많은 돛배가 빼곡했고 인심이 좋아 살기 좋던 내 고향 풍도, 풍악 소리도 흥겨웠고 온 산에 가득 피어있는 진달래와 복숭아꽃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그 시절, 그 옛날이 그립다는 추억을 상상하게 하는 주민의 글도 있다. 풍도에 거주하는 약 120여명을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주민과 함께 사라져가는 섬의 이야기와 생활상 등을 써놓은 글이다. 지역주민과 풍도를 방문하는 모두가 풍도에서 사라져가는 문화와 역사를 찾아내어 예술가가 열어주고 지역 주민이 함께 2013년 10월에 그렸다는 설명한다.

다양한 테마로 운영하고 있는 어촌체험마을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다양한 테마로 운영하고 있는 어촌체험마을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마을 한편 전망 좋은 곳 숲속에 풍도 등대가 있다. 200여 계단을 따라 올라가려는데 계단에 잡초가 무성하여 발길을 돌려야 했다. 떠나는 뱃전에서 하얀 등대를 보았다. 풍도등대는 서해안 요충지인 평택과 당진항을 항해하는 선박의 해상교통안전을 위하여 1985년 8월에 설치되었다는 등대다. 주변 환경이 아름답고 자연경관이 빼어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등대다. 등대는 6초마다 1회, 15km까지 불빛이 전달된다고 한다. 풍도 해안둘레길은 약 5km다.

풍도는 빼곡한 숲길로 조성도 산책로(사진=김호선기자)
풍도는 빼곡한 숲길로 조성도 산책로(사진=김호선기자)

해안둘레길은 울창한 숲길이다. 일정 도중 허기를 해결하고자 마을에서 식당을 찾는데 식당도 쉼터도 카페도 보이지 않는다. 당일 풍도 여행은 반드시 먹거리를 준비하여야 한다. 마을 정자에서 싸가지고 온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물배를 채워야 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배가 떠나는 시간이 다가온다. 한 주민에게 은행나무가 있는 곳을 물어보는데 마을 복지관 위 산비탈에 있다고 한다. 은행나무를 확인하고 배 시간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쉽지만 은행나무는 다음해 봄날 야생화 탐방시로 예약한다. 풍도 선착장으로 향한다. 한낮이라 뜨거운 태양이 용광로처럼 달근다.  

풍도 선착장에 입도하고 있는 서해누리호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풍도 선착장에 입도하고 있는 서해누리호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바다의 봄은 육지의 봄보다 빠르다. 풍도 관광은 야영을 하든지 사전에 연락을 하여 민박과 식사를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아니며 도시락 등 먹거리를 반드시 지참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2015년 풍도 앞바다에서 금, 녹용 등 신종 밀수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세관의 해상감시가 있는 섬이라고 한다. 주말, 인천에서 풍도를 갈 때는 홀수, 짝수에 대한 운항이 달라 짝수를 권장한다. 서해누리호 바다 건너로 당진화력과 난지도 등이 보인다. 봄날에 피어나는 유혹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하얗고 노란 야생화들이 반짝거리며 환한 미소로 맞이할 어느 봄날 풍도에서 기억 만들기가 설렘이다. 또 하나의 미래,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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