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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카날 그란데가 녹색으로 물드는 시위가 벌어지며 현지 당국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 활동가들이 리알토 다리 인근에서 녹색 염료를 운하에 투입했고,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여러 현지 매체가 전했다.

시위는 XR이 같은 날 이탈리아 10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한 항의 행동의 일부였다. 베네치아에서는 활동가들이 운하를 따라 이동하며 ‘생태계 파괴 중단’ 메시지를 외쳤고, 일부는 수상버스 구역에서도 염료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해당 물질이 주로 지하수 추적에 사용되는 형광성 염료라고 설명하며 독성이나 수질 오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베네치아 경찰과 소방당국은 염료 확산 직후 현장에 출동해 시위대 신원을 확인하고 관련 장비를 압수했다. 도시 항행은 중단되지 않았지만, 당국은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수질을 반복 점검했다. 베니스 시는 툰베리를 포함한 시위 참가자들에게 48시간 도시 출입 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행정벌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첫 반응은 베네토주지사 루카 차이아가 내놨다. 그는 "베네치아의 역사적·환경적 취약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행동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도시 특성을 고려할 때, 반복되는 염료 시위가 이미지 훼손과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시위는 베네치아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다. 2023년 XR이 운하를 녹색으로 물들인 사례가 있었으며, 2024년에도 예술가들이 유기 색소를 이용해 운하를 붉고 녹색으로 바꾸는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통해 ‘생태계 파괴의 시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 당국은 반복되는 염료 투입이 도시 관리에 부담을 준다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환경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유럽 주요 관광도시에서도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베네치아는 기후 변화와 침수 문제로 이미 구조적 위험에 노출돼 있어, 환경단체와 당국의 충돌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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