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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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이 관광세 도입을 공식 검토하면서 영국의 오랜 재정·관광 정책이 분기점을 맞고 있다. 관광세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일반화된 제도지만, 영국은 지방정부가 자체 세금을 부과할 권한이 없어 지금까지 예외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관광 수요 급증과 도시 운영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런던시는 더 이상 기존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관광세 도입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영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지방분권 법안이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런던을 포함한 잉글랜드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관광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이 아직 결론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런던시는 제도 도입을 전제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관광세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숙박요금의 일정 비율을 더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숙박 건수당 정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런던시는 고정 금액으로 1파운드만 부과해도 연간 약 9천만 파운드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숙박요금의 5퍼센트를 적용할 경우 세수는 최대 2억 파운드대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런던 숙박 건수가 약 8천900만 건에 이른 점을 고려하면, 관광세는 적지 않은 규모의 재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세 도입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하며, 이후 지방정부의 조례 제정, 지역사회 의견 수렴, 업계 협의 등이 필요하다. 다만 현지에서는 “이르면 2026년 봄 이후 시행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실제 시행 여부와 구체적 시점은 향후 법안 처리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관광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런던 중심부 보로들은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사용하는 교통·치안·청소 비용 대부분을 주민세로 충당해 왔고, “관광에 따른 부담이 지역 주민에게 과도하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관광세가 시행되면 해당 비용을 보다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론의 핵심이다.

반면 숙박업계는 우려를 나타낸다. 영국의 숙박 부가세는 이미 20퍼센트로 높은 편이고, 업계는 추가 과세가 예약 감소와 행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광 지출 부담이 늘어날 경우 국내 관광과 출장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광세가 전체 여행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관광세 논의는 단순한 세금 신설을 넘어 런던의 장기적 도시 전략과 지방정부 권한 재편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다. 기후 대응, 기반시설 확충, 교통망 개선 등 각종 도시 과제도 함께 놓여 있어, 안정적 재원 확보가 향후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최종 결정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런던의 관광세 논의는 영국의 중앙집중적 구조를 재검토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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