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크라우드픽)
(사진 = 크라우드픽)

 

신문의 결근 사유서 

강옥매

내 눈과 마주치지 않았다고 투덜대지 마세요

촛불에 가슴이 데여 오늘은 방문하지 않습니다

또한 당신의 하루가 뻑뻑하고 시리다는 것을 

치료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우울에 걸린 당신 위장을

오늘은 휴식이라는 소화제로 치료해 보세요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궁시렁거리지 마세요

아드레날린이 오는 길을 가만히 터주세요

오늘은 당신을 위해 끝까지 두문불출입니다

하루쯤 나 같은 것 까맣게 잊어버려도 돼요

먼 산에 서 있는 나무들이나 읽으세요

연일 뜨거운 나의 몸으로는

당신의 심신을 누그러뜨리지 못해

결근계를 낸 것입니다

가을에 쟁여두었던 국화차 한 잔으로

넉넉한 눈요기를 하세요

 

강옥매 시인 (사진 = 본인제공)
강옥매 시인 (사진 = 본인제공)

시인 강옥매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2015년《시에》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석사과정을 수학했으며, 양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동인 모임  《시촌》에서 활동하며, 시집 『무지개는 색을 어디에 놓고 사라질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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