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28개 항 평화안’의 주요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쟁 3년 차 유럽 외교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 지배 인정, 우크라이나의 나토 비가입, 군사력 제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자 키이우 안팎에서는 “전쟁 이후 가장 무거운 선택이 다가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신중한 노선을 택했다. 그는 “국가의 존엄을 훼손하는 협상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미국 제안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답변을 요구한 시한이 다가오면서 젤렌스키는 나토 사무총장, 독일과 영국, 프랑스 정상들과 연쇄 통화를 이어가며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의 분위기 역시 예민하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가 빠진 평화 합의는 지속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영국과 프랑스도 항복을 전제로 한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쟁 장기화로 피로감이 커졌지만, 우크라이나의 결정이 유럽 안보 질서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유럽 지도자들의 발언에서 드러난다.
러시아는 미국의 제안을 공식 협상안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물밑 접촉 가능성은 인정했다. “우크라이나가 거부하면 러시아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여지는 넓어 보이지만 실상은 어느 쪽도 쉬운 답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화안이 현실화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영토 구조뿐 아니라 유럽 안보 체계도 크게 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장에서 소모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적 선택의 무게는 더 커지고, 시민들의 피로감도 쌓여가는 모습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은 언젠가 끝난다. 다만 우리의 원칙이 지켜진 채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결정은 앞으로 며칠 안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러시아, 유럽이 서로 다른 계산을 하는 가운데 키이우의 선택이 이 전쟁의 다음 장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