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물길 흐르는 금강의 낭만 "양산팔경"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천태산 기슭의 천년고찰 '영국사와 은행나무'(사진=김호선기자)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천태산 기슭의 천년고찰 '영국사와 은행나무'(사진=김호선기자)

책은 앉아서 보는 독서요 여행은 걸으면서 읽는 독서라 한다. 걸으면서 읽는 책 속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데 혼을 빼앗기는 길이 있다. 바로 양산팔경(陽山八景)”이다. 양산팔경은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陽山面 금강錦江) 상류 지역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휴식을 안겨주는 길이다. 쉬엄쉬엄 도란도란 멍 때리며 걷는 길이다. 양산면 일대를 조용히 흐르는 금강을 이곳 사람들은 비단강, 양강이라 부른다. 양산팔경은 언제든지 가고픈 명승지다. 물과 바람, 볕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다.

신비스럽고 영험하다는 '영국사 은행나무'(사진=김호선기자)
신비스럽고 영험하다는 '영국사 은행나무'(사진=김호선기자)

양산면에는 산천이 빚어 낸 풍광이 아름다운 영국사, 강선대.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 자풍서당, 용암 등을 '양산팔경(陽山八景)'이라 한다. 양산팔경 중심에는 송호국민관광단지가 있다. 이 관광단지에는 백 년이 넘은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강변이다. 이 관광단지는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격전지로 역사의 현장이다. 산들거리는 강바람을 안으며 갈색의 강변을 부드럽게 걷는 강변길이다.

양산팔경 중 제 2경인 비단강의 "강선대"(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 중 제 2경인 비단강의 "강선대"(사진=김호선기자)

금강 청정 강변을 하나로 연결시켜 호젓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금강둘레길(6km)”이 조성되어 있다. 금강 따라 바람 따라 낮은 산길을 걷다 보면 최근에 건설된 황금색의 송호금강물빛다리(현수교 288m)”가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이 다리의 주탑(높이 40m)은 영동의 전통악기인 '해금'을 형상화했다. 양산팔경은 사시사철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연출한다. 특히 가을 모습이 아름답다는 귀띔이다. 양산팔경의 알토란 같은 모습은 비봉산 뒤로 넘어가는 저녁 노을을 놓치지 말라 한다. 송림에는 캠핑이나 차박이 가능하다.

강선대에서 바라보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팔경모습(사진=김호선기자)
강선대에서 바라보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팔경모습(사진=김호선기자)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에는 영동의 설악이라는 ‘천태산(天台山 715m)’이 있다. 이 산 중턱에는 영동팔경 1경인 영국사(寧國寺)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8년에 '원각국사'가 창건하였다. 이 고찰은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 난을 피해 왕이 피난하였던 절이다. 영국사로 피난 온 왕은 국가와 백성의 평안을 기도하였다. 이런 왕의 뜻을 알게 된 백성들은 천태산에서 걷어 온 칡넝쿨로 구름다리를 만들었다 한다. 구름다리를 지나 사찰로 들어간 공민왕은 국태민안을 기도했다. 그 후 소원대로 나라와 백성이 편안해지자 절 이름을 영국사라 불렀다.

양산팔경 중 제 5경인 '함벽정'(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 중 제 5경인 '함벽정'(사진=김호선기자)

영국사에는 천 년이 넘은 천연기념물 제223호 '은행나무(높이 35m, 둘레 11m)'가 신비스러움을 가득 안은 것처럼 위엄 있게 서있다.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면적이 매우 넓어 그 웅장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국가에 어떤 어려운 일이 발생될 위험이 있는 경우 소리를 내어 울었다는 경이로운 은행나무다. 은행나무 뒤로 규모가 작은 고찰이지만 천 년의 절답게 삼층석탑(보물 533), 원각국사비(보물 534), 망탑봉삼층석탑(보물 535), 부도(보물 제532)등이 있다.

함벽정에서 조망된 양산팔경 중 3경 '비봉산'(사진=김호선기자)
함벽정에서 조망된 양산팔경 중 3경 '비봉산'(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의 2경은 “강선대(降仙臺)”로 양산면 봉곡리 양강 변 물길이 휘도는 곳에 있는 정자다. 강변의 높다란 절벽 위에 2개의 누대가 있으며 고즈넉한 노송 십여 그루가 서 있다. 정자에 올라 송림 사이로 비쳐지는 강물과 먼 산줄기 등은 한 폭의 동양화다. 그 아름다운 모습은 멋과 풍류를 느끼게 하는데 여기저기서 탄성의 소리가 들려 온다.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다.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기다 구름을 타고 승천하였으며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며 놀았다는 강선대다.

양산팔경의 중심인 '송호국민관광단지' 강 건너에서 조망된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의 중심인 '송호국민관광단지' 강 건너에서 조망된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비봉산(飛鳳山460m)”은 양산팔경 중 3경이다. 수두리에 우뚝 솟아 있는 삼각형의 산으로 정상의 경치가 빼어나다. 특히 산 정상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비단(금)강의 정취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다. 옛날에는 비봉산을 고층산 또는 남산이라 불렀다 한다. 금강 변에서 비봉산으로 넘어가는 낙조가 일품이라 한다. 낙조는 비단강에 황금빛을 띄우는데 그 아름다움을 담아 보라 한다.

양산팔경 제 4경 봉황대(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 제 4경 봉황대(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 중 4경은 수두리에 있는 “봉황대(鳳凰臺)”다. 옛날 이 정자에는 봉황이 날라와 놀던 곳이라 한다. 봉황대 정자에 걸터 앉아 흐르는 비단강 줄기를 내려다 보면 쪽빛이다.  흐르는 강물의 모습은 편안하며 경관이 아름다워 힐링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로 유명한 수두교가 봉황대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봉황대 일대의 금강은 여유롭고 호젓한 한 폭의 산수화다.

금강둘레길 반환점 봉황대 밑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수두교(사진=김호선기자)
금강둘레길 반환점 봉황대 밑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수두교(사진=김호선기자)

제 5경인 “함벽정涵碧亭(향토유적 제35호)”은 봉곡리 서편 강변의 커다란 나무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서있는 정자다. 검소하고 소박하며 단아한 모습의 정자다. 정자 위치의 풍광이 아름다워 옛날에는 시인, 묵객들이 ‘음풍농월(吟風弄月)’하고 학문을 강론하고 풍류를 즐기던 정자라 한다. 함벽정 마루에 걸 터 앉아 흐르는 금강 물줄기를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한다. 강 건너 우뚝솟아 있는 비봉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꿈과 행복을 안을 수 있는 쉼의 시간이다.

최근에 개통된 "송호금강물빛다리"(사진=김호선기자)
최근에 개통된 "송호금강물빛다리"(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 중 6경 “여의정如意亭(향토유적 제23호)”은 금강 강변 노송이 우거지고 사시사철 경관이 아름다운 송호국민관광단지 내 바위 언덕에 있다. 이 정자는 영동이 낳은 악성 ‘난계 박연’의 후손과 관련이 있다. 그의 후손이 후학을 가르치고자 이곳에 정자를 지었다 한다. 정자에서 양강의 용암을 바라 볼 수 있는데 고요와 평화다.

송호리 송호국민관광단지 아름드리 송림(사진=김호선기자)
송호리 송호국민관광단지 아름드리 송림(사진=김호선기자)

7경은 “자풍당資風堂”으로 두평리 금강 변에 있는 조선초기의 서당이다. 조선 초기 창건 당시에는 '풍곡당'이라 했다. 광해군 6년(1614)에 ‘한강 정구’가 이곳에서 ‘자법정풍(資法正風)’이라는 이념을 내세우며 강학하였는데 이 때부터 자풍서당(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73호)이라 했다 한다. 자풍당의 글 읽는 소리 또한 양산팔경 중 하나였다 한다.

양산팔경 제 8경인 용암(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 제 8경인 용암(사진=김호선기자)

송호리 양강 가운데는 양산팔경 중 8경인 용암(龍岩)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기암이다. 강선대로 내려와 목욕하는 선녀를 훔쳐보던 용이 격정을 참지 못하고 다가가자 선녀는 놀라서 도망가고 용은 그 자리에 굳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금강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온유함과 쪽빛을 그려내는 강물의 신비함에 누구나 시인이 되는 것 같다. 금강둘레길을 걷는 동안 금강이 연출하는 한 폭의 동양화와 산수화에  취하여 걷는 길이다. 고요와 평화를 느끼게 하는 비단강의 멋이다

양산팔경과 금강둘레길 안내도(사진=김호선기자)
양산팔경과 금강둘레길 안내도(사진=김호선기자)

금강둘레길은 제 2경 강선대에서 출발하여 제4경인 봉황대 수두교를 건너 송호국민관광단지 - 강선대로 되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3시간이면 충분하다. 비단(금)강을 따라 걷는 멋은 옛 선비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낭만길이다. 금강둘레길 산책을 마치고 조용한 전통 찻집에서 마셔보는 쌍화차 한 잔에도 운치가 있다. 영동은 포도와 감의 주산지다.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영동은 남한의 중앙이다. 금강변 어느 와인 농원에서 맛 보았던 네 가지의 와인 맛은 혀 끝을 감질나게 한다. 영동은 높고 낮은 산천에 물줄기가 긴 지역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정겨운 명소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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