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뜻한 청춘 남여의 사랑이야기 '아우라지'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하얀 눈꽃의 천국 가리왕산 풍광(사진=김호선기자)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하얀 눈꽃의 천국 가리왕산 풍광(사진=김호선기자)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벅찬기분이다. 천상의 세계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무한의 설경이 탄성이다. 천국과 천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산 정상의 피어있는 눈꽃 상고대는 화려한 자태를 연출하고 있다. 상고대는 1,000m 이상의 겨울 산에서만 볼 수 있는 겨울 모습이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눈꽃 자체가 감동과 환희다. 가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설화가 장관이다. 그래서 자연은 무한의 즐거움과 자유로운 영혼을 안겨준다.

가리왕산 테크길의 수놓은 눈과 상고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가리왕산 테크길의 수놓은 눈과 상고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화려한 눈꽃을 피우고 있는 산은 강원도 국민고향정선에 있는 ‘가리왕산(加里旺山, 1561m)’이다. 가리왕산은 한국 최고의 원시림단지로 30년의 기다림이 있었다. ‘2018년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대회를 치르기 위해 건설한 곤돌라가 지금은 관광용 케이블카로 운영되고 있다. 60대의 케이블카는 쉼 없이 운행 중이다. 숙암역과 가리왕산 하봉1,381m의 가리왕산역까지는 3.5km다. 20여분 소요된다. 케이블카에 탑승하기 위해 예약은 받지 않는다. 20여분 기다리면 탑승할 수 있다. 오늘 가리왕산은 등산보다는 설화(雪花), 상고대를 보기 위한 답사다.  

매년 겨울이면 눈과 눈꽃을 보아 왔지만 처음 본 화려한 상고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매년 겨울이면 눈과 눈꽃을 보아 왔지만 처음 본 화려한 상고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주말 영동지방 날씨는 폭설과 강풍을 예보했다. 잠을 설치고 새벽 일찍 나서는데 일기예보와는 다른 날씨다. 걱정했던 만큼 악천후 일기는 아닐 수 있다. 3시간여 달려 강원도로 접어들었는데 일기는 쾌청하다. 정선으로 들어가는 도로상황은 양호했다. 가리왕산케이블카 관리소에 케이블카 운행에 대해 문의하였는데 모든 상황이 정상이라고 한다. 케이블카는 10시부터 정상 운행한다는 것이다.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가리왕산 상고대의 갖가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가리왕산 상고대의 갖가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가리왕산케이블카가 출발하는 숙암역에 도착하니 약간의 눈이 내리고 얼어붙은 빙판도 보인다.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최적의 날씨다. 매표를 하고 케이블카의 탑승이다. 케이블카 1대에 정원은 8명이지만 6명씩 탑승한다. 승차감이 좋다. 케이블카를 탑승하여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흔들림이 없다. 케이블카를 타지 못한다는 지인도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걱정했는데 안심이다. 케이블카 요금은 왕복 15,000원, 지역 상품권 5,000원을 환급해준다. 케이블카는 매주 월요일이 휴무일이다.

매서운 한파에 손발이 시럽지만 상고대에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눈꽃(사진=김호선기자)
매서운 한파에 손발이 시럽지만 상고대에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눈꽃(사진=김호선기자)

숙암역을 출발한 케이블카는 중간 정류장을 지나 가리왕산역을 향해 오른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밑에서 보았던 설경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설산, 설경이 드넓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이 감동이다. 다양하게 펼쳐진 설화의 모습에 입을 닫을 수가 없다. 탄성을 지르며 인증사진을 남기는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하게 보인다. 앞에 보이는 이 설경을 말로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아름답다. 가리왕산 상고대는 겨울만이 제공하는 최고의 걸작품이다. 54년의 산행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겨울 모습의 설경을 볼 수 있다니 행운이다.

2024년 겨울 아름다운 가리왕산 설화를 눈에 담고 추억을 만드는 풍광(사진=김호선기자)
2024년 겨울 아름다운 가리왕산 설화를 눈에 담고 추억을 만드는 풍광(사진=김호선기자)

가리왕산역에 도착이다. 20여 분의 시간이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났다.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스레 발을 내디딘다. 정류장 밖으로 나가는데 바람에 세차다. 앞에 보이는 산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눈꽃의 세상은 완전 다른 세상이다. 장갑 모자들을 쓰고 화려한 눈꽃 세상으로 빠져든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 모델이 된다. 생태체험 태그 길을 따라 화려하게 눈꽃을 핀 나무 밑으로 모인다. 정류장을 중심으로 약 500m 정도의 태그 길을 따라 펼쳐진 눈꽃 세상에 넋을 빼앗긴다. 온갖 포즈로 사진찍기 바쁘다. 그 화려한 외출도 30분을 버티기가 어렵다. 핸드폰을 든 손이 얼어붙는다. 아쉬움을 남기고 케이블카의 탑승이다.

가리왕산케이블카는 하봉, 중봉으로 가는 능선길의 상고대 천국(사진=김호선기자)
가리왕산케이블카는 하봉, 중봉으로 가는 능선길의 상고대 천국(사진=김호선기자)

가리왕산은 옛날 맥국의 가리왕이 이곳에서 피난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 하여 부르고 있는 산이다. 가리왕산은 우리나라 산 중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9번째로 높은 산이다. 겨울을 제외한 다른 계절에 오면 중봉1,433을 거쳐 정상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 하얀 설경은 유럽의 고산처럼 아름답다. 상고대의 눈꽃이 나무마다 다른 모습으로 화려하게 피어있다. 가리왕산 상고대 아름답다. 감동에 의한 탄성이다.  

가리왕산 주변의 모든 산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가리왕산 주변의 모든 산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너와 함께 정선아, 보고 싶다’는 가리왕산역을 출발한 케이블카 안에서 모두가 눈꽃에 대한 흥분된 얘기로 시끌벅적하다. 숙암역에 도착하여 2018년 마스코트를 놓고 인증사진을 남긴다. 탑승장에는 알파인프라자가 운영되고 있는데 당시 알파인 경기대회 각종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밖으로 나오니 건너편에 올림픽 당시 선수촌으로 사용한 호텔에서 우렁차고 뜨거운 함성과 열정이 들리는 것 같다. 현재 정선군은 케이블카를 지역경제와 환경보전의 상생을 위해 국가 정원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을 조성 당시 논란이 많았다. 훼손된 자연의 모습은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가리왕산이다.

2018년을 상징하고 있는 가리왕산케이블카역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2018년을 상징하고 있는 가리왕산케이블카역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식사와 관광을 위해 '아우라지' 관광단지를 찾았다. 아우라지는 여량의 8경 중 하나로 정선군 북면 여량리에 있다. 아우라지를 흐르는 강물이 작아 강바닥이 드러나 있다. 아우라지는 두 갈래의 물줄기가 한데 어우러진 나루라는 의미다. 아우라지에는 올림픽 ‘아리바우길’ 코스와 겹치는 지역이다. 정선읍에 있는 아리랑 오일장을 들머리로 나전역 카페를 거쳐 까지 아우라지역까지는 19km 구간이다.

숙암역에 전시하고 있는 알파인 스키를 전시하고 있는 프라자 내부(사진=김호선기자)
숙암역에 전시하고 있는 알파인 스키를 전시하고 있는 프라자 내부(사진=김호선기자)

아우라지에는 민족고유의 노래 '아리랑' 기념비(2022년 12월)가 서 있다. 아우라지는 구절리의 송천과 임계의 골지천이 이곳에서 합류하여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합류된 물줄기는 조양강과 동강을 거쳐 남한강으로 흐른다. 예부터 이곳에는 물이 맑아 풍요롭고 풍류를 즐기던 문화의 고장이라고 한다. 물길을 따라 나무꾼들이 목재를 한양으로 운반하던 뗏목터가 있다. 뱃사공들이 부르던 아리랑 소리가 정선아리랑의 유래라고 한다.

두 강이 어우러져 합수되는 지점에 서 있는 총각상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두 강이 어우러져 합수되는 지점에 서 있는 총각상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잠시 잠깐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는 아우라지 노랫말이다.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다. 애절한 아리랑 가사는 님을 떠나보내고 애달프게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과 장마로 인하여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남, 여의 애절한 사연이 정선아리랑에 녹아있다고 한다.

총각상 건너에 강변에 서있는 처녀상으로 두 청춘 남, 여의 눈길은 억박자(사진=김호선기자)
총각상 건너에 강변에 서있는 처녀상으로 두 청춘 남, 여의 눈길은 억박자(사진=김호선기자)

아우라지 강을 두고 여랑의 처녀와 가금의 살던 총각이 불어난 강물로 서로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아리랑 노래다. 아우라지에는 여송정이라는 정자와 처녀상과 총각상이 서 있다. 하지만 총각이 가리키는 손끝은 처녀상을 향하는데 처녀상의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백조의 형상의 하고 있는 출렁다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백조의 형상의 하고 있는 출렁다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아우라지에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자연에 따라 송천에서 흐르는 물을 양수(陽水), 골지천 물을 음수(陰水)라고 한다. 여름 장마시 양수가 많으면 대홍수가 일어나고 음수가 많으면 장마가 끊긴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아우라지에는 희망을 담은 다리가 있으며 230m의 돌다리와 섶다리 그리고 아우라지 출렁다리(길이 126m 폭 2m)가 설치되어 있다. 아름다운 아우라지 시설물들을 연결하여 둘러 볼 수 있도록 걷기 좋은 둘레길이다. 쉬엄쉬엄 주변을 살피며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걸을 수 있다.

겨울철 강물이 낮아지면 보행과 관광을 위한 전통방식의 농다리와 아우라지 섶다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겨울철 강물이 낮아지면 보행과 관광을 위한 전통방식의 농다리와 아우라지 섶다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아우라지에는 강바닥에 커다란 바위들을 놓아 만든 '농다리'가 있다. 겨울에는 강 수위가 낮아 나룻배가 운항하지 못한다. 빙판으로 인해 건너다닐 수가 없다. 따라서 겨울 동안에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다리가 섶다리(길이 120m, 폭 1.5m)다. 섶다리는 통나무 기둥에 소나무를 얹어 골격을 세우고 솔가지와 흙 등으로 엮어 만든 정통방식의 섶다리라고 한다. 섶다리를 걸으면 스펀지처럼 약간의 출렁거림이 있다. 조상들의 지혜와 전통방식을 이어가는 풍경이 아름답다.

아리랑관광열차 종점 아우라지역 광장에 조성된 어름치 카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아리랑관광열차 종점 아우라지역 광장에 조성된 어름치 카페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아우라지에는 아우라지역(1971년 석탄수송)이 있다. 청량리역에서 정선아리랑열차를 타고 정선역까지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정선아리랑 장날은 매월 2, 7일에 열린다. 도심지에서 각종 신선한 산나물과 약재 등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관광열차다. 아리랑열차는 매주 주말과 정선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만 운행한다. 아우라지역에는 레일바이크(아우라지역-구절역 7km)가 있으며 역 광장에는 천연기념물인 제238호 여름치 형상의 물고기 두 마리를 이용한 카페가 매우 인상적이다. 아우라지역의 명물이라고 한다.

자연과 문화, 역사를 안고 두 하천이 합수되어 유유히 흐르는 아우라지 조양강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자연과 문화, 역사를 안고 두 하천이 합수되어 유유히 흐르는 아우라지 조양강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정선아리랑은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여량과 가금에 사는 처녀, 총각이 싸리골로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간밤에 폭우로 인해 불어난 물줄기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하자 그립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한 노래라고 한다. 역 앞에는 정선아리랑 전수관이 있다. 작지만 깔끔한 저잣거리도 있어 곤드레, 더덕구이 등 각종 산나물과 수리취떡 등의 옛 맛이 군침을 돌게 한다. 이 밖에도 정선에는 한반도지형을 하고 있는 병방치스카이워크, 야생화의 천국 함백산 만항재, 화암동굴, 가을 억새의 1번지 민둥산 등이 가볼 만한 국민의 추억 정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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