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노동절, 강릉법원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폭’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건설노동자 양회동 지대장이 분신하였다.

양 지대장은 이튿날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하였다.

군부독재시대도 아닌 촛불민주화 시대에 노동자의 분신 사망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극이자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 보수언론의 의혹 제기였다.

이 매체는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가 막지 않았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이 언론의 의혹제기는 CCTV 화면과 목격자 취재가 근거가 됐다.

그러나 이 의혹은 사실과 달랐다.

한겨레 기사에 의하면 주위에 시너를 뿌려 동료들이 다가가지 못했다는 강릉경찰서 관계자 보도가 있었고, YTN 기자들의 진술에서도 노조 간부들은 양 지대장에게 ‘(분신을) 하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계속 말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같은 계열의 또 다른 보수언론은 양회동 지대장의 유서가 위조 대필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제기를 한 기자는 유서 중 글씨체가 다른 것이 있고 이는 필적 감정을 하지 않고도 알아볼 수 있는 확연한 차이라고 했다.

하지만 건설노조가 양 지대장이 남긴 유서와 생전 필적을 한국법과학연구원에 맡겨 감정을 의뢰한 결과, 모두 같은 필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수언론은 정정기사도 사과 표명도 하지 않았다.

보수언론의 이 같은 유서 대필 의혹제기는 32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1991년 5월 9일 한 보수언론의 사회면에 하루 전날 분신한 전국민족민주연합 김기설 열사의 유서가 대필되었다는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강기훈 씨는 3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1994년 8월 17일 만기 출소했다.

강기훈 씨는 2008년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고, 20115년 5월 14일 사건 발생 24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과거 군부 독재정권 시절 권력의 실세는 육사였다.

그런데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가 이뤄지자 군부 실세에는 빈자리가 생겼다.

그러는 사이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은 무소불위의 사법 권력으로 성장했다.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의 과제를 던졌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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