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주칭다오 대한민국 총영사관 영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김종유 전 웨이하이 한인회장님과 영사협력원 최현철 님의 노고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특별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웨이하이시는 총영사관과의 거리가 약 300km가량 되었기에 긴급한 사건이 발생하면 담당 영사가 도착하기 전에 초동조치가 필요했다.

납치, 감금 신고가 접수되면 공안 신고 후 현장에 가야하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현장 상황을 파악하여 담당 영사가 조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는 등 매우 고단한 일상이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4년간 저의 일을 도와주셨던 분들이다. 

어느 날 총영사관으로 한국에서 긴급한 신고 전화가 접수되었다.

친구가 웨이하이시 경제구에 있는 모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친구야 잘살아라’라고 마치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를 남긴 채 이틀간 연락이 끊겼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건을 접수한 저는 분명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조속히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신고자를 통해 대강의 위치를 파악하고 아파트 단지를 확인했다. 정확한 호수는 알지 못했지만, 아파트 정문 입구 슈퍼 앞쪽 오른편 2층 몇 번째 호수라는 것을 메모해 두었다. 

저는 그 즉시 김종유 회장, 최현철 협력원에게 전화하여 총영사관에서 파악한 위치를 알려주면서 현장 상황을 파악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시간이 대략 저녁 6시경으로 기억되는데, 저의 전화를 받은 김종유 회장님과 최현철 협력원은 그간의 경험으로 비추어 무조건 자살이라고 판단하고, 어차피 사후처리를 위해서는 식사도 걸러야 하니 급히 끼니라도 해결하고 현장에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는 말을 나중에 들은 적이 있다.

급히 분식집에서 끼니를 때우고 아파트 현장에 도착하여 수수께끼 같은 집을 어렵게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다행히도 잠시 후 인기척이 들리더니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던 신고자의 친구가 문을 열고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아 술을 마시고 이틀간 잠을 잤다고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확인되지 않은 일에도 제가 부탁을 드리면 항상 자신의 일처럼 제일 먼저 달려와 저의 일을 도와주셨다. 

중국에 체류 중인 남자친구의 꾐에 빠져 마약을 투약하고 성폭력을 당해 도망친 여성, 중국 친구의 초청으로 중국에 왔으나 음주 과정에서 패싸움에 연루되어 도망쳐 나와 인적이 드문 야산에 숨어 있다는 사람, 여권을 분실하여 한국에 돌아갈 수 없으니 도와달라는 사연 등…….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재외국민의 신고를 받으면 항상 도움을 주시는 분들의 협력이 필요했다.

그분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모두가 자기 삶이 있지만,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시는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세상이 살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오늘따라 그분들이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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