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 캠핑 장소의 최적 '길안천'

안동댐 배수지에 설치된 달밤이 더 아름답다는 월영교 월영정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안동댐 배수지에 설치된 달밤이 더 아름답다는 월영교 월영정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건강에 좋다는 맨발걷기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월초 모 방송에서 맨발 걷기를 집중으로 방송한 바 있다. 방송 내용은 체험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맨발 걷기 후 놀라운 효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물론 맨발 걷기에 대한 부작용도 있겠지만 걸으면서 건강을 회복한 사람들의 사례는 방송을 본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장마비로 불어난 안동댐 배수지의 흙탕물과 월영교 주변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장마비로 불어난 안동댐 배수지의 흙탕물과 월영교 주변 전경(사진=김호선기자)

며칠째 장맛비가 내리고 있. 하늘이 구멍이라도 났는지 내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쉼 없이 내린다. 세계적인 이상기온으로 예년보다 많은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월 중순 안동으로 걷기위해 떠나는 일정이다.

월영교 주차장에 설치된 안동차전놀이 조형물(사진=김호선기자)
월영교 주차장에 설치된 안동차전놀이 조형물(사진=김호선기자)

장맛비에 답사 일정을 멈출 수 없어 안동에 있는 천지갑산과 길안천에서 산행과 물놀이를 병행하는 일정으로 떠났다. 비속에 강행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도 있었지만 일정대로 추진했다. 만감이 교차되는 일정이었다. 안동에 도착하기까지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빗줄기와 도로 곳곳에는 산사태가 발생하여 도로 일부가 차단된 지역에서는 겁도 났다

안동은 선비의 고장답게 풍부한 물 자랑도 선비와 함께(사진=김호선기자)
안동은 선비의 고장답게 풍부한 물 자랑도 선비와 함께(사진=김호선기자)

경상북도 안동(安東)을 한국정신문화 수도라 한다. 안동은 유교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다양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안동을 대표하는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하회마을과 부용대, 전통문화를 간직한 하회탈은 안동이 자랑하는 고유한 문화유산이다. 봉정사와 안동댐, 밤낮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월영교,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산실 임청각 등은 안동을 대표하는 명승지이다.

추억의 장소, 수차례 낙동강 등 4대강 자전거 국토종단시 들렸던 물전시관 앞(사진=김호선기자)
추억의 장소, 수차례 낙동강 등 4대강 자전거 국토종단시 들렸던 물전시관 앞(사진=김호선기자)

안동에는 선비순례길’(91km)도 조성되어 있다.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의 탐방로로 총 9개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와 문화유적이 있는 곳곳을 답사할 수 있는 길이다. 꼭 걷고 싶고 완주하고 싶은 그런 길이로 다음을 기약한다. 안동에는 높은 산은 없지만 안동 남부에 있는 길안면 송사리에는 이름부터 호감을 갖게 하는 천지갑산(天地甲山, 462m)이 있다.  

송사리에서 바라본 안개낀 천지갑산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송사리에서 바라본 안개낀 천지갑산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천지갑산은 낮은 산이지만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산이다. 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신령스러운 산이다. 정상을 비롯한 7봉마다 기암절벽과 100년 이상 된 노송이 울창하다. 산자락을 휘감아 돌아 태극형을 이루며 흐르는 길안천은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명산이다. 길안천 맑은 물은 캠핑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라 추천한다. 천지갑산과 길안천은 올 여름 첫 계곡 산행지다

천지갑산 산행 들머리 나무계단으로 송사리 작은 공원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천지갑산 산행 들머리 나무계단으로 송사리 작은 공원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천지갑산에는 신라 때의 것으로 추측하는 모전석탑(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70)이 있다. 당시 천지갑산에는 갑사라는 사찰이 있었다고 한다. 이 절에 빈대 등 벌레가 많아 벌레를 잡으려고 불을 놓다가 불이 났다. 길안천에는 그만큼 물이 많아 습한 느낌을 받는 산이다. 낮은 천지갑산 산세는 으뜸이다. 천지갑산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천간 중 처음을 의미한다. 마을 사람들은 천지갑산을 가리켜 선계(仙界)의 비경이라고 자랑한다

천지갑산 3봉에 오르면 볼 수 있는 한반도 지형 오늘은 길안천과 그 산 형세만을~ (사진=김호선기자)
천지갑산 3봉에 오르면 볼 수 있는 한반도 지형 오늘은 길안천과 그 산 형세만을~ (사진=김호선기자)

안동으로 가는 도중 폭우로 인해 이번 산행과 물놀이는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관광 위주의 걷는 일정을 수정했다. 한 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이 간직한 나무다리 안동댐 월영교(月映橋)를 걷고 독립운동의 산실 임청각’, 그리고 천지갑산 조용한 마을에서 '전통 식(飠 )체험'을 하는 일정으로 변경했다.

천지갑산 공원에서 바라본 천지갑산 기암과 한반도 지형을 휘감고 도는 길안천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천지갑산 공원에서 바라본 천지갑산 기암과 한반도 지형을 휘감고 도는 길안천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안동댐 월영교는 우리나라 목책다리 중 가장 규모가 큰 다리라고 한다. 월영교를 걷는 동안은 비는 멈추었다. 월영교 중간에 있는 월영정은 안동댐은 물론 댐 배수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자이다. 월영교는 낮과 밤이 아름답지만 밤에 만 볼 수 있는 빛으로 안동댐을 물들게 하는 조명은 가히 환상적이라 한다. 월영교 건너편에는 나무데크로 조성된 호반 나들길이 있다. 월영교 광장에는 안동 차전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24) 조형물이 있다.  

길안면 송사리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는 길안천 안길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길안면 송사리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는 길안천 안길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안동 차전놀이는 일명 '동채싸움'이라고도 부른다. 후삼국(930) 때 고려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안동 병산에서 전투할 때 삼태사가 왕건을 도와 대승한 후 후삼국 통일의 초석이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동, 서로 편을 갈라 하는 놀이라 한다. 1,000년을 이어온 세계 유일무이한 상무 정신이 깃든 고유민속놀이라고 한다. 당시 병산전투 현장은 차전놀이 조형물이 서 있는 현재의 위치에서 1km 지점에 있다고 한다

송사리 마을에서 공원으로 가는 송사1교와 천지갑산 전경 (사진=김호선기자)
송사리 마을에서 공원으로 가는 송사1교와 천지갑산 전경 (사진=김호선기자)

500년 역사를 지닌 임청각臨淸閣’(보물 제182)은 보수 공사 중으로 들어가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본래의 임청각 모습으로 재현되길 소망이다. 임청각은 99칸의 집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의 생가이다. 선생을 비롯하여 가족 9명이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의 산실이다. 일제는 임청각에 중앙선 철로를 개설하여 지금은 50칸의 한옥으로 민박체험 등이 가능하다.

비 속에 인적이 드물고 정막감이 감도는 송사리 마을 전경(사진=김호선기자)
비 속에 인적이 드물고 정막감이 감도는 송사리 마을 전경(사진=김호선기자)

국토종단시 추억의 장소 안동댐 물전시관 자전거길 기점을 출발하여 천지갑산과 길안천이 있는 송사리로 이동한다. 여전히 빗줄기는 강했다 약했다를 반복한다. 농촌지역 하천을 흐르는 물은 완전 흙탕물로 무섭게 흘러내리고 있다. 장대비 속에 진행하는 일정이라 내심 안전이 걱정이 된다. 송사리에 도착 안전한 곳에 여장을 풀고 천지갑산 산행과 길안천 물놀이를 살피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비닐하우스에서 휴식과 식사를 하면서 정겨운 농촌 마을 골목길을 살폈다.

송사리 마을 수호신처럼 마을 중앙에 서있는 느티나무 보호수(사진=김호선기자)
송사리 마을 수호신처럼 마을 중앙에 서있는 느티나무 보호수(사진=김호선기자)

천지갑산 입구 송사리 마을은 20여 채의 농가가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대부분 한옥집으로 정갈하게 보이는 마을이다. 길안천 주변에는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 농장과 호두나무가 많다. 밤낮의 기온 차가 심해 사과가 맛있다는 설명이다.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향토음식을 마련, 농촌 食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장맛비 속에서도 천지갑산 산허리에 피어있는 안개와 쉼 없이 흐르는 길안천의 물소리가 정겨운 마을이 수채화를 그린 모습이다.

송사리로 들어가는 마을입구 이정표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송사리로 들어가는 마을입구 이정표 모습(사진=김호선기자)

길안천 건너편에 나지막하면서도 강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산이 한반도지형을 품고 있는 산이다. 한반도지형을 보기 위해서는 천지갑산에 올라 제3봉에서 내려다 보아야 한다. 그 풍광이 장관으로 한반도 모습과 꼭 닮은 모습이다. 갑甲은 육십갑자 첫째로 기암절벽과 계곡의 맑은 물이 조화를 이룬 산세가 천지간의 으뜸이라고 설명한다. 그 신비하게 태극 모양으로 굽이쳐 흐르는 길안천 멋진 물길을 볼 수 없음이 아쉽다.

천지갑산 길잡이와 등산시 코스별 안내도(사진=김호선기자)
천지갑산 길잡이와 등산시 코스별 안내도(사진=김호선기자)

한반도가 폭우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지만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기대반 호기심으로 찾은 천지(天地) 간의 제일이라는 천지갑산, 한반도 지형 등 수려한 속살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조용하고 고즈넉한 농촌 마을 체험은 유익했다. 송사리 마을에는 200여 년이 넘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마을 수호신처럼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길안천에서 손수 잡아 내놓은 다슬기 맛은 일품이었다. 봄날 천지갑산에 진달래가 피면 더욱 아름답다는 마을 주민의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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