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고위 간부들은 일하는데 신명 나겠다.

최근 열흘만 보더라도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수조원 유치가 확정됐다.

영국 최고 명문 헤로우스쿨이 들어오고 벨기에 겐트대 해양연구소가 세워지고 세계 최초 돔구장·호텔·쇼핑몰 결합체인 스타필드가 청라에 건설된다.

민간컨소시엄이 못짓고 있는 448m 청라시티타워는 땅주인인 LH가 직접 나서 시공사를 찾아 건설한다고 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36만 리터급 바이오 메가플랜트를 송도에 짓겠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WHO 긴급사용목록에 등재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공정센터를 송도에 착공했다.

또 청라 5만8천여㎡의 부지에는 900억원 규모의 미국식 코스트코가 들어선다.

하다못해 송도달빛공원에는 파크골프장 18홀을 추가하고 RC카 경기장도 조성한다.

10만명이 다녀간 송도 반려견공원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운영할지 전문교수와 지역구 의원을 불러 열띤 논의도 벌였다.

이게 다 채 열흘도 안되 송도・청라에서 발생한 일이다.

같은 기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아닌 남동구, 부평구, 미추홀구, 동구, 계양구에서는 다음의 일들이 주요했다고 각 구청이 공식 보도했다.

남동구는 구월1동 달빛마을공동체가 명성빌라 앞에 화단을 조성했고 간석2동 주민자치회는 마을벽화 그리기에 나섰다고 했다. 구는 불법 촬영이 안되게 공중화장실에 안심스크린을 설치했고 구월1동에서는 착한 가게 2300호점이 탄생했다고 했다.

부평구청에서는 사회적고립 1인 남성가구에 밑반찬을 지원했고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치과 의료비 지원이 있었다. 구청장은 골목길 재생 시범사업 대상지를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미추홀구에서는 남부전통시장에 있는 불법노점이 강제 대집행됐고 일부 6.25 참전용사 유가족은 무공훈장을 받았다. 바른신경외과의원은 복지사각지대 가구에 쌀 15포를 전달했다.

동구청은 만석·화수부두 진입도로에 야간경관 사업을 완료했고 현대시장 화재 피해 상인을 위한 버스킹 공연을 벌였다. 구는 반지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가구에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했고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구민들을 위해 건강체험행사를 열었다.

계양구에서는 효성1동 보장협의체가 어르신 보행기 지원 사업을 추진했고 계산1동 복지공동체는 취약계층 300세대에 삼계탕 나눔 행사를 했다.

이 외에 폭행, 극단적 선택, 학교폭력, 화재, 전통시장 바가지요금 논란 등도 이 기간 원도심에서 주로 발생한 사건・사고다.

구도심에서는 중소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쇼핑몰 한 곳, 제대로 된 휴식공원 하나 새로 조성되지 않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역균형발전, 원도심 재투자를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인이다.

인천시장도 두 번째 하고 있다.

유 시장이 양심과 의식이 있다면 송도, 청라 투자유치 소식 속에 적어도 남동・부평・미추홀・동・계양구, 강화・옹진군 투자유치 소식 1~2개라도 섞어 담아 내야 하지 않을까.

송도, 청라로의 '쏠림 투자'는 결국 가까운 미래에 원도심 공동화와 도시간 빈부격차만 키울 뿐이다.

그 상대적 박탈감과 공동화 피해는 고스란히 정치적 '표'로 반영된다.

부평과 계양의 젊은이들이, 로데오와 주안역, 동인천역을 누비는 젊은 세대가 낙후된 지하상가와 지상상권을 외면하고 스타필드와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코스트코로 발길을 완전히 돌릴 날은 얼마남지 않았다.

원도심에서 무너지는 것은 교육 뿐이 아니다.

유 시장에 제안한다.

인천경제청도 있으니 '인천원도심청'도 한번 꾸려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경제청 투자유치사업본부장, 서비스산업유치과장, 투자유치기획과장, 신성장산업유치과장을 파견하면 어떨까.

그들이 과연 원도심에 대기업과 쇼핑몰, 대규모 주민 편의시설을 끌어올 수 있을까.

원도심 활성화 행사라며 내항 8부두 주차장에서 닭 1400마리와 캔맥주 3000개를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뿌리는 행사가 원도심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믿는 주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유 시장은 매번 투자유치를 자랑할 게 아니라 원도심 균형발전을 제대로 못 실천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번 여름철 폭우는 또 부평구와 미추홀구 구도심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해집고 덮칠 것이다.

그럴 때 송도는 워터프런트로 '비 피해 0건'이라고 작년처럼 또 보도할 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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