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산전망대' 철원평야 황금들녘

.소이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왼편 대마리마을, 세 자매봉 뒤로 백마고지와 김일성고지(사진=김일성기자)
.소이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왼편 대마리마을, 세 자매봉 뒤로 백마고지와 김일성고지(사진=김일성기자)

 "월하리를 지나 대마리로 가는 길 철조망 지뢰밭에서는 가을 꽃이 피고 있다. 지천으로 흔한 지뢰를 지긋이 밟고 제 이념에 맞는 얼굴로 피고 지는 이름없는 꽃 꺽으면 발밑에 뇌관이 일시에 터져 화약냄새를 풍길 것 같은 꽃들 저 꽃의 씨앗들은 어떤 지뢰 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시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홀깃 스쳐가는 병사들 몸에서도 꽃 냄새가 난다". 이 시詩는 소이산(362m)생태숲녹색길’ 철조망에 있는 정춘근님의 지뢰꽃이다.

소이산전망대에서 보는 황금들녘 철원평야와 북녘땅(사진=김호선기자)
소이산전망대에서 보는 황금들녘 철원평야와 북녘땅(사진=김호선기자)

철원은 궁예의 태봉국이 기억되는 역사의 고장이다. 철원 9경 중 제6경인 소이산은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철원평야(2억평)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다. 철원은 DMZ 최전방지대로 계절마다 색다른 낭만과 즐거움이 있는 고장이다. 철원하면 먼저 떠오르게 하는 것이 오대쌀이다. 전국에서 오대쌀 밥 맛은 좋다고 소문나 있다. 그 쌀이 생산되는 철원평야를 보기위해 소이산에 왔다.

소이산전망대를 가을에 찾은 이유는 오직 하나! 장엄한 황금들녘(사진=김호선기자)
소이산전망대를 가을에 찾은 이유는 오직 하나! 장엄한 황금들녘(사진=김호선기자)

철원은 청정지역으로 깨끗한 자연환경과 신선한 공기가 쌀을 생산한다. 특히 기름진 황토 땅이 오염되지 않아 천혜의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재배하고 생산된 쌀이다. 철원평야 황금들녘을 보기 위해 5월 모내기가 한참 일 때 찾았다. 120여일이 지난 9월 중순 또다시 철원평야를 보기 위해 소이산 전망대에 올랐다. 소이산 전망대에 오르니 때묻지 않는 자연과 넓은 벌판이 황홀하다 못해 장관이다. 북녘땅이 훤희 보인다.

5월에 찾았던 철원평야 비교되는 모내기 광경(사진=김호선기자)
5월에 찾았던 철원평야 비교되는 모내기 광경(사진=김호선기자)

소이산 전망대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을 만끽할 수 있어 이 전망대에 서있는 자체가 감동이다. 전망대에 앉아 황금벌판을 내려다 보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들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좋은 장소다. 소이산 아래에 노동당사가 보이고 최근에 조성된 철원역사문화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7월 말에 개통된 모노레일(1.8km)이 이 공원에서 소이산까지 운행되고 있다. 새로운 철원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70년 지뢰밭 철조망이 아름답고 원초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숲이야기(사진=김호선기자)
70년 지뢰밭 철조망이 아름답고 원초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숲이야기(사진=김호선기자)

고려시대부터 소이산에는 봉수대가 있었다는 전략적인 산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자연과 광활한 황금들녘은 한 폭의 한국화를 그려 놓았다. 철의 삼각지대(철원, 김화, 평강)로 이어지는 철원평야백마고지, 고암산(일명 김일성고지), 2땅굴 등이 있는 대부분 민간인출입통제 구역이다.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들을 확인할 수 있다. 뒤로는 연천 고대산(832)이다.

생태숲녹색길에 서있는 정춘근님의 '지뢰꽃' 시비(사진=김호선기자)
생태숲녹색길에 서있는 정춘근님의 '지뢰꽃' 시비(사진=김호선기자)

2000년까지 소이산은 민통선 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산이다. 이 산자락에 걷기 좋은 숲 녹색길(지뢰꽃길 1,3km, 생태숲길 2.7km, 소이산 오름길 0.8km) 4.8km가 조성되어 있다. 70년 지뢰밭이 지켜 온 평화숲길을 걷는 동안 이상한 느낌의 체험이다. 원초적인 자연 속에 조성된 길에는 생강나무, 구절초, 산국, 미역취 등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녹색길 곳곳에는 짙은  이끼가 끼어 있는데 신비스러워 가던 걸음 멈추고 지켜본다. 숲길에는 철조망이 길을 따라 쭉 설치되어 있다. 철조망에는 붉은 글씨로 지뢰조심이라는 팻말이 여기저기 걸려 있어 공포감을 준다.  

소이산 철조망을 따라 조성된 생태숲녹색길(사진=김호선기자)
소이산 철조망을 따라 조성된 생태숲녹색길(사진=김호선기자)

"전쟁이 끝난 것도 아니고 잠시 휴전이 60년 된 기념으로 흉가, 노동당사, 마당에서 세계적인 음악회가 열렸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그 때 싸우던 병사들은 보이지 않고 전쟁이 쉴 참에 태어난 철조망 환갑잔치 같네(중략) 꿍짝꿍짝 족보에도 없는 환갑잔치에 손바닥이 깨져라 장단을 맞추고 있으니 철조망 백수는 무난할 것 같구나"(정춘근의 시詩 철조망환갑잔치중 일부) 소이산 생테숲녹색길 철조망을 그대로 표현한 글이다.

소이산 녹색길 이정표(사진=김호선기자)
소이산 녹색길 이정표(사진=김호선기자)

2시간여 숲길을 따라 소이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급경사로 깔딱고개이다. 정상에 도착하면 미군이 주둔했다는 표지석과 빵커 내부의 소이산의 대한 각 종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철의 삼각지전투(철원, 김화, 평강)를 정점으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다. 철원은 추가령지구대를 통과하는 경원선과 5번 국도가 서울까지 연결되는 교통의 중심지이다. 원산으로 금강산으로 철도가 연결된 지역이었다. 철원은 6.25때 북한군과 중공군이 병력을 총 집결시킨 지역이라 한다. 주요전투로는 백마고지, 저격능선전투 등을 소개하고 있다.

녹색길을 나와 소이산전망대로 가는 길, 모노래일을 이용하면 아주 쉽다(사진=김호선기자)
녹색길을 나와 소이산전망대로 가는 길, 모노래일을 이용하면 아주 쉽다(사진=김호선기자)

철원평야 왼편에 있는 대마리 뒤로 백마고지가 보인다. 백마고지전투는 1952106일부터 15일까지 9일 동안 전투가 벌어진 지역으로 12번의 공방전이 벌어진 격전지이다. 이 전투는 6.25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쟁탈전이 전개되었다 한다. 한국군은 중공군 1만여명을 격멸시키고 백마고지를 지켜낸 격전지이다. 백마고지는 심한 포격으로 고지의 모습이 백마白馬같다 하여 백마고지라 한다. 수년전 찾았을 때 하얗던 고지는 제법 푸르고 나무도 무성하다. 이밖에도 철원에는 피의 능선(3개 고지) 전투와 저격능선 전투에서 수많은 청춘들이 산하한 지역이다

생태숲녹색길에 거치된 짧고 강한 시(사진=김호선기자)
생태숲녹색길에 거치된 짧고 강한 시(사진=김호선기자)

생태숲 녹색길을 걷는데 발걸음을 붙잡는 또 편의 시가 있다. 임지현 시인의 비무장지대철원의 햇볕 아래 철조망 눈빛이 번득인다. 이념이 갈라놓은 아픔 사이 만발한 개망초 같은 하늘을 두고도 더 이상의 발걸음을 허용치 않는다. 매복한 지뢰의 위험이 두려워서일까 철조망 안으로 머리조차 디밀지 못하고 뽀족한 철망에 몸을 기대고 있다. 이념도 없고 전쟁을 모르는 바람만이 출처 없는 소문 무성하게 내려놓고 철조망 사이를 왕래한다. 내통한 근거 없음 혐의없음 얼핏 본다. 반짝임 철조망의 눈물을이 시를 읽어가는 동안 통일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노동당사 주차장에서 본 철원역사문화공원과 소이산 전경(사진=김호선기자)
노동당사 주차장에서 본 철원역사문화공원과 소이산 전경(사진=김호선기자)

소이산 정상에서 느끼는 감동을 가슴 속 추억으로 한아름 담고 산 아래 철원역사문화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과거 철원의 역사를 담은 철원 읍내가 번성하였던 거리를 재현한 공원이다. 철원역이 재현되어 있는데 소이산까지 모노레일이 운행되고 있다. 옛 철원역은 1912년 서울과 원산을 연결시키는 역이었다. 1931년 금강산전기철도의 개통과 함께 철원 경제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다. 철원에서 용산역까지 2시간, 내금강까지는 4시간 반이 소요된다 한다. 철원은 춘천, 원주와 함께 3대 도시의 위상을 갖춘 도시로 당시에는 역무원도 80여명에 연 승,하차 인원이 28만명이었다고 한다.

철원역사문화공원에 재현해 소이산 모노레일 출발지 철원역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철원역사문화공원에 재현해 소이산 모노레일 출발지 철원역사 모습(사진=김호선기자)

철원역사문화공원 앞에는 흉물스런 건물이 있다. 19463층으로 준공된 철원 노동당사(국가등록문화재 제22).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북한이 노동당사로 이용했던 건물로 지역 주민들의 노동력과 자금으로 건축한 건물이다 한다. 당사 완공 이후 지역주민을 통제하고 사상운동을 억압하는 구실을 한 건물이다. 현재 이 건물은 전쟁 당시 피해를 입었던 모습 그대로다. 불에 탄 검은 모습과 포탄과 총탄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현재 노동당사는 안보관광코스로 운영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1946년 북한 노동당사와 통일을 염원하는 두근두근 조형물(사진=김호선기자)
1946년 북한 노동당사와 통일을 염원하는 두근두근 조형물(사진=김호선기자)

소이산생태숲녹색길에는 1936년에 세워진 급수탑이 있다. 큼직한 비극의 현장이다. 이 급수탑은 강원도 최초의 상수도였다 한다. 당시 철원에는 500여 가구에 2,5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6.25당시 북한군은 노동당사에 잡아둔 반공인사들 300여명을 총살하거나 이 급수탑에 생매장하였다는 현장이다. 비참한 현장에서 숙연한 마음이다. 소이산에서 본 가을하늘을 허경자 시인은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했다. ‘빨대로 콕 꽂아서 쪽 빨아 먹고 싶다’. 철조망에 걸린 시로 매우 인상적이다.

6.25 전쟁 당시 철수하면서 수많은 양민을 학살, 수장시킨 철원 배수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6.25 전쟁 당시 철수하면서 수많은 양민을 학살, 수장시킨 철원 배수지 모습(사진=김호선기자)

노동당사 건물 흉물스럽지만 잘 보전되고 있다. 두 번다시 민족의 비극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노동당사 앞의 서있는 김현선 작가의 두근두근(68m)’ 이라는 조형물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남누리 북누리가 하나되는 날 녹슨 쇠가슴에 심장이 뛴다. 두근두근 두근두근분단의 슬픔과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천혜의 지질 한탄강변 평지에 솟아 있는 흙으로 조성된 성터와 황금물결 해바라기(사진=김호선기자)
천혜의 지질 한탄강변 평지에 솟아 있는 흙으로 조성된 성터와 황금물결 해바라기(사진=김호선기자)

발걸음은 또 하나의 황금물결을 보기 위해 연천 호로고루를 찾았다. 호로고루 성에는 제7회 통일바라기 축제가 열리고 있어 주차전쟁이다. 키작은 해바라기가 온 들녘을 물들이고 있다. 봄에 왔을 때는 청보리밭이었는데 가을은 해바리가 그 벌판을 장악하고 있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이 창조해 낼 수 있는 감동의 물결이다. 이 결실의 계절, 황금들녘의 물결처럼 더욱 풍성한 가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신라와 고구려가 마지막까지 항전을 하였다는 호로고루 성, 그 뒤 산에는 신라 경순왕 묘(사진=김호선기자)
신라와 고구려가 마지막까지 항전을 하였다는 호로고루 성, 그 뒤 산에는 신라 경순왕 묘(사진=김호선기자)

소중한 것들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자연의 힘으로 자연은 계절마다 변화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상의 섭리라 하지만 신비스럽다. 책은 앉아서 보는 독서이지만 걷기는 이와같이 걸으면서 독서를 하는 즐거움이 있다. 소이산 전망대 겨울을 그려본다. 영하 20도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오는 어느 겨울날 소이산 전망대에서 백색의 철원평야를 그려본다. 그 평야에는 환상적으로 날개짓을 하는 두루미가 백미라 한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그래서 아름다운 동행은 치유이자 힐링이다.

 

저작권자 © 한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