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혁신안이 발표됐다.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는 시간에 쫓긴 흔적이 곳곳에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매우 잘 만들어진 컨설팅보고서 같다.

민주당의 혁신안이지만 다른 정당에도 참고할 만하다. 세부적인 실행 방안까지도 담겼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논란이 되었던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는 권리당원 70%, 국민여론조사 30%로 결정할 것을 혁신위는 제안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1인1표가 되도록 했다. 일반당원도 제외해 권리당원과 일반당원 간 표의 등가성 시비를 피했다.

게임의 룰이 바뀌면 새 룰에 따라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다. 혁신안이 제시한 새로운 룰은 과연 누구에게 유리할까?

민주당은 2020년, 2021년, 2022년 세차례의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이낙연, 송영길, 이재명 후보가 차례로 당선됐다.

함께 치러진 최고의원 선거에서도 각각 5명의 최고의원이 선출됐다.

2020년에는 김종민, 염태영, 노웅래, 신동근, 양향자 후보 순으로 당선됐고, 이원욱, 한병도, 소병훈 후보가 낙선했다.

2021년에는 김용민, 강병원, 백혜련, 김영배, 전혜숙 후보는 당선, 서삼석, 황명선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22년은 정청래, 고민정,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후보가 당선되고, 송갑석, 고영인, 윤영찬 후보가 낙선했다.

송갑석 후보는 지난 3월 지명직 최고위원이 됐다.

2020년 전국대의원대회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를 반영했다. 2021년부터는 대의원 반영비율이 30%로 줄고 일반국민은 25%로 높아졌다.

2020년 당대표 선거에서 이낙연 후보는 60.77%를 득표했는데, 혁신안을 적용하면 63.82%로 조금 득표율이 높아진다.

당시 2위였던 김부겸 후보는 21.37%에서 14.49%로 낮아지고 3위인 박주민 후보는 17.85%에서 21.70%로 올라 2위로 바뀐다. 하지만 당대표 당락에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한다.

2022년 당대표 선거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후보는 77.77%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었는데 혁신위 안을 적용하면 79.43%로 더 높아진다.

그런데 박빙의 선거에서는 당락이 바뀔 수 있다. 2021년 당대표 선거에서 1위가 바뀐다. 35.60%로 1위를 차지했던 송영길 후보는 혁신안을 적용하면 35.32%가 되고, 당시 35.01%로 2위를 차지한 홍영표 후보가 36.84%로 1위가 된다. 

세 차례의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순위에 다소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당선자가 바뀌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의원 투표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였던 이원욱, 황명선, 송갑석 후보는 낙선한 반면, 권리당원 득표율에서 5위 안에 든 후보는 모두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혁신안 적용 결과에서 보듯이 민주당이 혁신위 안을 두고 계파 간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 될 뿐이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정치권이 하나라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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