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믿음은 변함없다.
사고하는 인간 동물에게 생(生)의 본질은 독존(獨存)과 배고픔이다.
나머지는 피상과 현상이다.
육신과 정신이 본질에 가까워질 때, 그때 시가 피어 오른다.
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부른다고 오지 않는다.
365일 일상은 고통을 회피하는 쪽으로 돌아간다.
허기는 이내 채우고 독존은 상존(相存)이 된다.
그게 일상이다.
암(雌)은 수(雄)로, 수는 암으로 기어이 채워져 빈곳을 빈대로 놔두질 않는다.
본질에 이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절대 본질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은 고통스럽다.
시인은 본질에 이르는 직(職)이다.
[1996년 시가]
詩가
아무 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기에
각(角)처럼 정교하고
빈틈없는 생활의
영위에서도
때론 나도
악성 호르몬의 힘을 빌어
졸렬하고 위악한
영감을 토해냈다
詩가
아무 때나 찾아 가고
아무 때나 찾아 와주는 것이었더라면
나는 아마
야심한 도회의 구름 전선
안개 낀 아스팔트 위 맨발
신문으로 가려진 어둔 창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온 존재의 집중
온 영혼의 내림신
전 영감의 총화로 현현될
오직 그 한 순간을
나는 진작에
알아버리었다
-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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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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