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해결 골든타임은 제도 개선
민원 해결 골든타임은 제도 개선
  • 한국뉴스
  • 승인 2019.01.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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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475만4302건. 2018년 한 해 온라인 참여포털인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건수이다.

민원은 매년 20%씩 증가하는 추세로, 전체 국민이 5164만명임을 감안하면 우리 국민들 약 10명 중 한 명은 민원을 제기해 본 경험이 있는 셈이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은 1차적으로 관계 기관에서 해당 내용을 검토하여 처리한다.

그러나 해마다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민원 사례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작은 상처가 생기면 반창고를 붙이고 낫기를 기다리지만, 면역력이 약해져 상처가 계속 덧나고 번진다면 보다 근원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과 같다.

바로 이런 때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접점’, ‘행정의 사후관리(A/S)기관’으로서 종합 처방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A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월급이 자꾸 체납되자 어쩔 수 없이 퇴사했다.

이후 중소기업 취업자에게는 소득세를 70%까지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는 것을 알고 회사에 소득세 감면 신청을 요청했지만, 회사의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A씨는 실직 이후 소득세 감면까지 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고, 국민신문고에 고충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민원 빅데이터 분석으로 유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중소기업 퇴직자의 경우 사업주를 통하지 않고도 직접 세무서에 소득세 감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기획재정부에 권고했다.

실제 2018년 말 해당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 A씨의 고민은 해결됐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은 퇴직금이 없는 임시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을 위해 1998년부터 도입됐다.

납부된 공제금은 오롯이 건설업에서 퇴직하는 근로자들 몫이다.

그러나 12개월(252일)의 근로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사망이나 질병으로 사실상 퇴직한 사람도, 본국으로 출국한 외국인근로자도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해마다 쌓인 적립금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근로자가 사망·질병·부상 등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근로일수에 관계없이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렇듯, 국민권익위의 제도 개선은 A/S를 넘어 사전관리(B/S·Before Service)의 역할도 함께 한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너무 엄격하여 오히려 소극행정의 원인이 되거나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들을 적시에 개선해 동일 민원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민신문고에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의 발목을 잡는 규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공공기관의 ‘갑질’ 지침 등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과거 개발독재, 권위주의 시대부터 수십년간 쌓인 생활 속 적폐들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여전히 고수되는 경향이 있다.

서애 유성룡은 ‘앞 수레가 부서진 것을 알고도 바퀴를 고칠 줄 모른다면 이는 뒤집히고 부서지는 길(夫知前車之旣敗 而尙不知改轍 則是固覆敗之道也)’이라 경고했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민원이라도 방치하지 않고, 근본 원인에 대한 적극적인 제도 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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