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담장이 허물어진 자리엔 '소통(疏通)'이 자란다
[기고]담장이 허물어진 자리엔 '소통(疏通)'이 자란다
  • 한국뉴스
  • 승인 2019.12.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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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청장 이강호
인천시 남동구청장 이강호
도심녹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삭막한 도시를 조금이나마 녹색공간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도시가 자연적인 요소는 줄고 녹색공간까지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포장으로 채워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가끔씩 보도블록 사이로 돋아나는 새싹들을 볼 때면 대견하고 정겹기까지 하다. 녹색공간 조성은 담장을 허물어 주차공간으로 만들거나 나무를 심어 휴식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담장은 자신만의 사유 공간을 나타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이웃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담장을 허문다는 것은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바꾸겠단 의지의 표현이다.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격언이 있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담장 손보기(Mending Wall)'라는 시로 유명해진 속담이다. 얼핏 시를 읽다 보면 '담장 손보기'가 마치 담장을 예찬하는 글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담장을 우리 인간사에 빗대어 풍자하고 있다. 담장이 높을수록 주변과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게 되고 다툼과 반목이 쌓이기 마련이다. 눈에 보이는 담장은 물론 종교 간의 담장, 사상과 이념의 담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담장도 마찬가지다.

담장에 얽힌 재미난 사건도 있다. 올해로 베를린장벽이 허물어진 지 30년이 됐다. 동독과 서독을 갈라놓던 40㎞의 높다란 콘크리트 담장은 황당하게도 동독 고위관리의 실수로 붕괴됐다.
 
이 사건은 1989년 11월 9일 동독 공보담당 정치국원인 샤보프스키가 일일 기자회견을 열면서 발단이 됐다. 그는 이날 당 중앙위원회에서 승인된 여행법 개정안을 설명하면서 내용을 잘 모른 채 "지금부터 누구나 자유여행을 할 수 있다"며 브리핑을 끝냈다.
 
기자들은 각기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고, 그날 저녁 주요 언론을 통해 동서독 간에 왕래가 자유롭게 됐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많은 주민들이 국경초소로 몰려들었고, 겁에 질린 국경수비대 요원들이 상부의 지침도 받지 않고 국경 바리게이트를 열어주면서 베를린장벽은 허물어졌다.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역사에선 우연성도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담장들은 우연이라기보단 토지주나 관계자들의 의지로 허물어지곤 한다. 이젠 공공기관에서도 담장을 없애고 그 공간을 시민과 함께 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얼마 전에 인천시는 청사 앞마당에서 미래광장까지 길이 약 200m, 2만㎡ 면적에 열린 광장 '인천애뜰'을 조성했다. 시민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선사하고, 열린 광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남동구에서도 최근 구 청사를 에워싸고 있던 담장을 허무는 사업이 한창이다. 사업은 구청 담장을 허물어 청사 앞 공원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구청을 찾는 지역주민들의 편의도 높이겠단 취지로 추진하게 됐다. 담장이 허물어지고 나면 이곳에는 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녹지공간이 조성될 것이다.

담장이 없는 건물 앞을 지나갈 때면 괜스레 그곳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이 든다. 담장을 낮게 혹은 안이 들여다보이게 해놓은 곳도 마찬가지다. 한 해가 끝나가는 세밑이다. 올해 안에 구 청사의 담장 허물기 공사가 끝나면, 이곳은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며칠 전 경인지역 지자체장 중에서 가장 주민과 소통을 잘했다며 '매니페스토 365 캠페인 한국본부'에서 시상하는 소통대상을 받았다.
 
주민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채널을 늘리고 현장소통민원실을 운영해온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철제 담장이 사라진 자리에 휴식공간이 생기면 주민들도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구청을 찾을 것이다. 담장이 없어진 내년부턴 마음의 담장까지 모두 허물고 주민들을 맞이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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