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광역시
[한국뉴스=박평순 기자]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의 임산부들과 직접 만나 고충을 듣고 현안을 점검했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오 시장은 정책 이해당사자와 소통하는 ‘경청 투어’를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과 25일에는 신중년, 청년 세대와 만난 바 있다.

오 시장은 26일 부산 해운대구보건소에서 부산의 임산부 15명과 만났다. 이 중에는 어린 자녀를 직접 데리고 나온 참석자도 있었다. 아기 울음소리로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지만, 행사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행사장에 들어선 오 시장은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들을 보면서는 “하이고 예쁘다”, “저기도 예쁘고 여기도 예쁘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부산의 출생률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입을 연 오 시장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어 임산부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양한 의견이 오간 가운데, 가장 큰 화두는 대중교통 편의 및 맞벌이 부부 지원책이었다. 이 밖에도 경력 단절 여성 취업 지원 강화·임산부 문화시설 확충 방안 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대중교통 이용 불편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한 참석자는 “임산부석에 임산부들이 앉아있는 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자차를 이용하려고 해도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이 충분하지 않아 힘들다”며 “시민 의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펼치는 동시에 단속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낸 다른 참석자는 임산부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성 전용 택시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용 요금이 오르더라도, 안전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택시를 타고 ‘임산부이니 조금 천천히 가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과속에 급정거까지 계속하셔서 너무 불안했다”며 “대중교통은 말할 것도 없고 택시마저 이렇게 불편할 거라면, 차라리 돈을 더 내더라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한 참석자는 “시에서 아무리 다양한 지원을 해도 맞벌이 부부는 이용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금은 두 배로 내는데 가장 소외된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그는 “맞벌이 부부와 워킹맘을 위해서 주말이나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며 “시에서 이런 부분들을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산휴가를 의무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남편이 해외에서 근무 중이라는 한 참석자는 “자식이 태어났는데도 회사에 눈치가 보여 휴가를 못 쓰는 아빠들이 많다”며 “아이와 아빠의 유대도 중요한 만큼, 출산 휴가를 강제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 시장은 참석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질 때마다 직접 메모하고 자리에 배석한 직원들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등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오 시장은 “육아는 부모뿐 아니라 모두의 힘이 필요한 일”이라며 “오늘 해주신 말씀들을 적극 검토해 실효성 있는 육아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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